'야구 놓으려던' 임재철, 진가 발휘를 노리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09.14 10: 58

"군대를 우리 나이 서른 둘에 갔으니까요. 다녀와서 야구를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다가오는 포스트시즌에서 몸을 던지겠다는 각오를 내비췄다. '타신' 임재철(34. 두산 베어스)이 힘들었던 마음을 추스르고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야구 인생을 걸었다.

 
임재철은 지난 12일 잠실 롯데전서 6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출장해 4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5-0 승리를 이끄는 동시에 롯데전 6연패까지 끊었다. 준플레이오프 상대가 될 롯데를 상대로 보여준 활약을 통해 임재철은 포스트시즌에서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해 주전 우익수에서 이제는 백업 외야수로 올 시즌을 치르고 있는 임재철의 시즌 성적은 90경기 2할9푼8리 3홈런 18타점 7도루.(14일 현재)
 
사실 두산 팬들은 자칫하면 지난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임재철의 활약상을 못 볼 뻔했다. 2006시즌을 마치고 상근 예비역으로 복무한 임재철이 스스로 은퇴를 심각하게 고려했기 때문이다.
 
"우리 나이로 서른 둘에 군에 입대했습니다. 당시에 '과연 복무를 마치고 제대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복무 첫 1년 간은 본가인 천안으로 내려가서 어머니 식당 일을 돕기도 했어요".
 
복무 첫 1년 간 퇴근 후 어머니의 일을 돕는 등 야구를 완전히 떠나있었던 임재철은 다시 마음을 다잡고 몸을 만들었다. "야구쟁이가 야구를 떠나면 어떻게 하냐"라는 주변의 권유에 다시 야구에 대한 열망을 꺼내 든 임재철은 거처까지 옮겨 나머지 1년을 몸 만들기에 투자했다.
 
"1년이 지난 후 웨이트 트레이닝장 근처에 오피스텔을 얻어 그 쪽으로 전입해 기거했습니다. 그리고 선수 시절에 가까운 몸을 만드려고 무지하게 애 썼어요".(웃음)
 
포기하려했던 야구를 다시 찾은 결과는 좋았다. 지난해 임재철은 군 공백 2년을 치르고 돌아온 선수 답지 않은 맹활약을 펼쳤다. 2할8푼1리 6홈런 50타점에 출루율이 무려 3할8푼9리에 달했다. 선구안을 바탕으로 상대 투수를 괴롭히는 타자 중 한 명이었으나 올 시즌에는 교체 요원으로 출장 중.
 
팀 내 최다 홈런(22홈런)을 기록 중인 이성열이 자리를 잡으면서 임재철의 선발 출장 기회가 줄어들었던 것이 사실. 지금의 출장 기회 또한 중견수 이종욱의 부상에 기인해 빈 자리를 채우고 있는 상황이다.
 
"솔직히 올해가 군대 있을 때보다 힘들었어요. 그동안 선발 라인업에 자주 포함되지 못했는데 감독께서 마지막 기회를 주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기회를 잘 살려서 포스트시즌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사실 임재철은 상위팀에 강한 면모를 보인 타자라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약상이 더욱 기대되는 선수다. 올 시즌 임재철은 롯데를 상대로 4할4푼(25타수 11안타) 3타점을 기록하며 데뷔팀의 가슴을 후벼팠고 SK를 상대로 3할8푼9리(18타수 7안타) 2홈런 6타점으로 강한 면모를 보였다. 삼성을 상대로 1할8푼2리(22타수 4안타)에 그친 것은 아쉽지만 지난해 임재철의 삼성전 성적은 4할(50타수 20안타)이었다.
 
특히 임재철은 지난해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도중 도루를 시도하다가 손가락 부상을 입어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는 과정을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그만큼 선수 본인 또한 "이번 포스트시즌에 내 야구 인생을 모두 걸겠다. 경기 하다가 쓰러질 각오로 뛰겠다"라며 투지를 불태웠다.
 
바닥까지 내려가 본 사람이 진정한 삶의 의미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야구를 놓으려 했던, 그러나 다시 현업에 복귀해 절박한 심정으로 야구에 임하고 있는 임재철이 남은 시즌 어떤 활약을 펼쳐 보일 것인지 더욱 궁금해진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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