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SK에서 한 것이 없지 않나".
은퇴를 선언한 안경현(40, SK)이 아무런 기념행사 없이 19년 동안의 선수생활을 마감할 것으로 보여 아쉬움을 낳고 있다.
SK는 팀에서 2년 밖에 뛰지 않은 안경현의 은퇴식을 추진하고 있다. 19년 베테랑 선수라는 측면에 초점을 맞춘 예우 차원으로 이례적이다. 이에 안경현은 19년 중 이제 2년 동안 뛴 팀에서 은퇴식을 열어준다는 데 감사의 뜻을 밝히면서도 고사하고 있다. 2년 동안 대부분 2군에 머물러 보여준 것이 없다는 미안함이 앞서기 때문이다.

안경현은 지난 6일 문학 두산전에 앞서 김성근 감독을 직접 만나 은퇴 의사를 밝혔다. 이에 김 감독은 생각할 시간을 가지길 바랐지만 결국 지난 12일 사퇴서를 작성해 구단에 제출했다. SK는 곧바로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안경현의 임의탈퇴 공시를 요청, 은퇴 절차를 밟았다. 안경현의 은퇴 결심은 SK의 젊은 선수들에게 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내려진 것이었다.
이에 SK 민경삼 단장은 "20년 가까이 그라운드에서 뛰었던 안경현에 어떤 식으로든 존경의 뜻을 나타내고 싶다"면서 대승적 차원의 은퇴 행사 계획을 내비쳤다. 실제로 SK측은 은퇴식과 관련한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안경현에게 계속 연락을 취하고 있다.
수많은 선수들이 유니폼을 벗지만 은퇴식의 영광은 좀처럼 가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19년을 뛴 베테랑이라는 점에서 선수생활의 종지부를 뜻하는 은퇴식은 당연히 의미가 있다.
그러나 안경현이 이를 극구 사양하고 있다.
안경현은 OSEN과의 통화에서 "구단의 제의에 그저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면서도 "하지만 SK에는 미안한 마음이 더 많다. 19년을 뛰긴 했으나 정작 SK에서는 2년 밖에 뛰지 않았다. 더구나 1군이 아니라 2군에서 더 오래 있었는데 SK에서 은퇴식을 한다는 게 내 입장에서는 민망하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이어 "물론 한 번 뿐인 은퇴식은 정말 영광스럽고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면서도 "SK에서 내가 뭔가를 보여줬으면 몰라도 현재로서는 썩 내키지 않는다. 이번 주까지 고민을 해보겠지만 현재로서는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안경현은 지난 1992년 OB(두산)에 입단, 17년 동안 OB-두산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2001년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상, 2005년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상도 모두 두산 유니폼을 입고 누린 영광이었다. 그러나 2008시즌 후 두산서 방출돼 SK로 이적, 2년 동안 선수생명을 연장한 후 이번에 스스로 유니폼을 벗었다.
임의탈퇴 선수가 돼 은퇴경기를 치를 수 없는 안경현에게는 사실상 은퇴식만이 유일한 은퇴 행사 옵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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