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장혜진이 한동안 가요계에서 잊혀졌던 감수성을 되찾겠다며 명곡 리메이크 앨범을 발표했다. 윤상의 ‘가려진 시간 사이로’를 타이틀곡으로 삼고, 김종국의 ‘한 남자’ 등을 장혜진 버전으로 불러 수록했다. 최근 만난 장혜진은 이 음반이 그동안 독한 가사와 중독성에만 매달려온 가요계에 조그만 변화의 불씨가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제가 좋아했었고, 90년대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던 뮤지션의 곡들로 선정했어요. 허락이 안돼서 못 넣은 곡도 있죠. ‘한 남자’ 같은 경우는 90년대 곡은 아니지만 평소에 너무 불러보고 싶었던 곡이거든요. 그 노래를 여자가 부르면 어떤 느낌일까 정말 궁금했어요.”

리메이크 앨범을 만들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에 선뜻 수락한 것은 요즘 가요계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우리 발라드 가수들이 그동안 신세대들과 소통하지 못한 면이 있죠. 서정적인 걸 자극해서, 그들의 감성을 끌어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리메이크곡이지만 그들에게는 신곡이잖아요. 녹음하면서 느낀 건데, 90년대 음악이 정말 좋거든요. 독한 가사로는 느낄 수 없는 서정성이 있어요.”
물론 장혜진 역시 태양 등 요즘 아이돌 가수를 좋아한다. 완성도 높은 댄스 음악도 즐겨듣는 편이다. 문제는, 아이돌 그룹 열풍이 기존 음악들과 연결이 되지 않는 것이다.
“세계적인 추세 자체가 빠른 곡 위주이긴 하죠. 우리만 감수성에 호소해야 된다는 건 아니에요. 다만 여러 음악이 공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린 너무 아이돌 그룹에만 치중돼있어요. 사실 공중파 음악프로그램도, ‘아이돌 프로그램’과 마찬가지잖아요? 제목부터 아이돌 뮤직쇼로 바꿔야 돼요.(웃음) 물론 왜 그런지는 저도 잘 알죠. 시장이 워낙 좁으니까. 다만 섭섭한 것은, 지금의 이 한류 열풍, 완성도 있는 음악이 있기까지 90년대 뮤지션, 이전의 음악가들의 역할이 분명 있는데 너무 조명을 못 받는 것 같다는 거죠. 어린 작곡가 뿐만 아니라 지금의 음악시장을 만들어온 다른 뮤지션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럴수록 리메이크 등 이전 히트곡의 재발견이 중요하다고 장혜진은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의 트렌드와 접점을 찾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생각해보니, 누구 탓이겠어요. 우리 음악하는 사람들이 먼저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한 죄이기도 하죠.(웃음) 어떻게 보면 우리가 대중으로 하여금 서정적인 음악에 끌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성해야 할 부분도 있어요. 뭔가 좀 더 획기적인 방법이 필요한데, 저 혼자 생각하기는 좀 어렵네요.(웃음)”
장혜진의 리메이크 앨범은 2개의 미니앨범으로 나뉘어 각각 발매된다. 그 중 첫 번째 미니앨범이 오는 16일 발매된다. 음원은 이미 오픈됐다. 장혜진은 선배 가수로서, 음악의 다양성을 유지해야 할 책임감을 느낀다며 ‘설렘 반, 부담 반’으로 준비 중인 이번 리메이크 곡 활동에 대해 기대감을 표했다.
rinny@osen.co.kr
<사진> 워너뮤직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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