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P 0.45' 김창훈, '패배' 속 한 줄기 희망투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09.15 10: 31

사실상 4년 만에 갖는 실전 등판 기회 속에서 그는 스스로 실력을 되찾아가고 있다. 지난해 말 1-2 트레이드를 통해 새 둥지를 찾은 이적생 좌완 김창훈(25. 두산 베어스)이 팀의 패배 속에서 가능성을 비추고 있다.
 
김창훈은 지난 14일 광주 KIA전서 2-3으로 뒤진 7회말 임태훈의 바통을 이어받아 김원섭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며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포크볼이 폭투가 되어 선행주자의 2루 진루를 허용하기는 했으나 승계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지는 않았다.

 
올 시즌 김창훈의 1군 경기 성적은 7경기 평균 자책점 2.70.(14일 현재) 표본이 적기는 하지만 6⅔이닝 동안 2개의 안타와 1개의 사사구를 내주며 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률(WHIP) 0.45를 기록 중이다. 직구가 실투로 이어져 홈런을 내준 점을 감안하면 지켜볼 만한 활약인데다 경기마다 137~8km는 꾸준히 던지고 있다. 공익근무 이전 130km의 공조차 던지지 못해 "투수도 아니다"라는 혹평을 받았음을 감안하면 장족의 발전.
 
2004년 천안 북일고를 졸업하며 1차지명으로 한화에 입단했던 김창훈은 당시 계약금 4억2000만원을 받으며 팀 내 최고 기록을 세웠던 유망주. 2년 후 유원상(계약금 5억5000만원)이 기록을 갱신했으나 이미 2학년 시절 고교 무대를 휩쓸었던 좌완 유망주에 대한 기대감을 알 수 있었다.
 
데뷔 시즌 혹사 후유증으로 140km 이상의 공을 던지지 못했음에도 초반 3승을 올리며 기대를 모았던 김창훈. 당시 양준혁(삼성)이 "머리가 좋은 것 같다. 빠르지 않은 공으로도 던지는 요령을 알고 경기에 임한다"라는 칭찬을 던졌을 정도로 과거 플로리다-뉴욕 메츠의 좌완 에이스였던 알 라이터를 연상케하는 로케이션 투구가 신인답지 않다는 평을 받았다.그러나 이윽고 찾아든 부상은 그의 발목을 잡았다.
 
"어깨도 아팠고 팔꿈치도 안 좋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이렇게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 실질적으로는 4년 만입니다. 아프다보니 투구폼도 점점 작아지면서 130km 이상의 공도 던지기 힘들었습니다".
 
2007년 공익근무의 길을 택하기 전 사랑하는 어머니마저 암으로 떠나보내며 야구를 완전히 놓을 생각까지 했던 김창훈. 그러나 그는 유일한 혈육인 아버지의 충고 아래 마음을 다잡고 운동을 재시작했다. 그의 아버지는 지난 4월 서울로 올라와 김창훈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는 중.
 
"많이 힘들었어요. 그 때 아버지께서 '그래도 몸은 만들어 놓아야 하지 않겠냐'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모교에서 계속 운동하면서 몸이라도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김광림 2군 감독은 지난 3월 소집해제 후 팀에 합류한 김창훈에 대해 "의외로 몸의 밸런스가 좋다. 다만 근력이 모자란 점을 감안해 1년 동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6개월 전을 떠올려보면 김창훈의 성장세는 팀의 예상을 뛰어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프지 않다면 자신있게 팔을 휘둘러라"라는 조계현 코치의 조언 아래 2군에서 140km까지 기록했던 김창훈은 최근 새 무기를 장착했다. 기존 서클 체인지업에 포크볼을 떨어지는 변화구로 추가해 헛스윙 유도비율을 높이고 있는 것. 11일 롯데전서 카림 가르시아를 삼진으로 잡아낸 공이 바로 포크볼이었다.
 
"방황기가 결코 짧지 않았지만 아직도 던질 시기가 더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해요. 아버지께서 제게 쏟는 노력을 알고 있으니까요. 다치지 않고 제가 던질 수 있는 공을 마음껏 포수 미트에 꽂고 싶습니다". 1군에서의 기회 속에 비로소 웃음을 찾은 김창훈이 부르는 희망가가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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