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가?방가!', 김인권의 재발견
OSEN 이명주 기자
발행 2010.09.15 09: 29

배우 김인권은 감초 연기로 이름을 알린 연기자다. 다수의 드라마 및 영화에서 아주 살벌하거나 반대로 코믹스럽기만 한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연기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이지만 주로 작은 역할만 맡다 보니 일반 대중의 주목도는 떨어졌다. 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영화 ‘해운대’ 이전까지 그는 10년이 넘는 연기 경력이 무색한 위치에서 뚜렷한 이미지 없이 다양한 역을 소화했다.
이랬던 그에게 하늘이 주신 기회는 ‘해운대’였다. 김인권은 할 일 없는 노총각 백수 오동춘 역할로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혼기를 훌쩍 놓친 나이에 노모에게 얹혀살며 용돈을 받으면서도 큰소리 치고 상 업기를 밥 먹듯 하는 막돼먹은 백수 역을 실감나게 소화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막판에는 쓰나미로 어머니를 잃게 돼 절절한 슬픔을 토해내며 관객들의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해운대’에 이어 신작 ‘방가?방가!’에서는 주인공 자리를 꿰찼다. 연기 인생 12년 만에 처음 맡은 주연이다. 김인권은 백수 방태식과 부탄인 방가를 넘나들며 1인 2역을 해냈다. 동남아인 같은 외모 탓에 5년 넘게 취직에 실패하다 결국 부탄인으로 변신해 취업하는 인물이다.
영화 속에서 그의 코믹 본능은 빛을 발한다. 버스에서 만난 고등학생들에게 이중적인 모습으로 걸쭉한 욕을 날리는 장면이나 부탄 노래를 해달라고 하자 ‘한 오백년’을 독특하게(?) 부르는 모습 등 곳곳에서 관객들을 폭소케 한다. 자연스러운 연기와 재미있는 표정, 어수룩한 행동으로 조금 답답하지만 순수하고 열정적인 방가 캐릭터를 완성했다.
방태식을 완벽하게 묘사하기 위해 그는 빗질도 하지 않은 듯 촌스러운 헤어 스타일, 며칠 굶기라도 한 듯 쾡한 피부톤, 그리고 낡은 양복과 점퍼 등의 분장을 과감하게 소화해냈다. 또한 롤모델로 삼은 육상효 감독에게 특별 전수 받은 충남 금산의 사투리를 완벽하게 구사하며 금산사람 방태식으로 빙의(?)했다.
특히 주차장, 커피숍, 공장, 막노동 등 안 해본 일이 없는 방태식이 단 시간 동안 수많은 변신을 거듭하며 연발 실수를 저지르는 굴욕적인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냉동실, 용광로, 고층 공사장을 넘나들며 구르고 뒹구는 연기는 물론 천변만화한 표정연기까지 완벽하게 변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욱 눈길을 끄는 건 코믹함을 기반으로 다양한 면모를 더해 자신이 맡은 역할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는 점이다. 베트남 여성 장미에 대한 순애보적인 사랑과 끈끈한 동료애, 친구를 향한 이중적인 감정 등을 무리하지 않고 훌륭하게 풀어냈다. 진지함까지 곁들여 원톱 배우로서 손색없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의 연기가 이처럼 다채로울 수 있는 배경에는 김인권 스스로의 노력이 큰 몫을 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촬영하면서 거의 네 신 빼고는 계속 현장에 나갔다”는 김인권은 “현장의 스태프보다 일찍 출근할 정도였다. 늘 현장에 붙어 있으면서 이렇게 영화를 하면서 애정을 가질 수 있을까 싶었다”고 말할 만큼 영화에 대한 애정과 함께 전체적인 영화의 느낌을 챙기는 데에 주력했다.
한편 방가?방가!’는 백수 방태식이 취업을 위해 부탄인 방가로 변신한 후 겪게 되는 좌충우돌 코믹 분투기다. ‘해운대’로 존재감을 입증한 김인권의 첫 주연작이자 추석 후의 피로를 단숨에 날려 버릴 코미디 영화로 주목 받고 있다. 오는 9월 30일 개봉 예정이다.
 
rosec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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