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코미디 영화는 없었다. 한국 영화는 스릴러가 대세였고 극장가 흥행은 '의형제'로 시작해 '아저씨'와 '악마를 보았다' 등 잔혹극이 대세였다.
그러나 숨 죽였던 코미디 장르가 올 추석 빵 터지는 대박 웃음을 준비하고 있다. 차태현 왕석현의 '과속 스캔들'이 그랬던 것처럼, 기대치 않았던 수작 코미디들이 과속 흥행을 예고하는 게 올 가을 스크린 기상도다.
1번타자는 로맨티 코미디 '시라노; 연애조작단'이다. 시사회 후부터 '재밌다'는 입소문이 퍼졌고 시간이 흐를수록 개봉을 기다리는 예비 관객들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로맨틱 코미디는 보통 영화 제작자들이 '백에 하나 터진다'고 할 정도로 만들기 쉬워보이지만 흥행은 어려운 장르에 속한다. TV 드라마와의 경쟁에서 차별화를 꾀하기 어렵다는 점도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약점으로 지적된다.
그렇다보니 영화 제작자들은 천편일률적으로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 때마다 남녀 톱스타 캐스팅에 목을 맨다. 주연배우 이름값으로 관객을 모아 최소한 본전은 건지자는 심산이지만 형편은 녹록치 않다. 요즘 관객들이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 원한는 건 잘생기고 아름다운 꽃미남 꽃미녀들의 뻔하고 뻔한 사랑놀음이 아니고 기발하고 참신하며 흡인력 있는 소재와 이야기다.
'과속 스캔들'이 흥행배우 목록에서 이름이 빠졌던 차태현과 신예급 박보영, 그리고 무명의 아역 왕석현 등 3인 멤버로 전국 700만 관객을 동원했던 성공 요소들이 바로 그것들이다.
엄태웅 이민정 박신혜 최다니엘 주연의 '시라노'는 '과속스캔들' 이상의 재미와 구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2번타자는 '해운대' 김인권과 '친구' 김정태의 코미디 '방가 방가'다. 주연배우 지명도나 제작비 규모만으로 '방가 방가'를 흔하디 흔한 B급 영화로 무시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 아니 객석에서 혼자 낄낄거리고 박장대소하다 눈물까지 짜며 웃을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한다.
'방가 방가'도 역시 시사회 후 관객 입소문이 물먹는 스펀지마냥 빠르게 영화팬 사이에 흡수되고 있다. 제작사는 이에 힘입어 아예 5만명 대규모 일반 시사를 준비하는 중이다.
'방가 방가'의 힘도 소재와 스토리의 기발함에서 나온다. 구직난에 시달리던 한 동남아풍 외모 청년이 부탄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로 변신해 벌이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다. 유명한 시나리오 작가 출신 감독은 억지일 수 있는 소재를 갖고 배 두들기며 웃고 덤으로 짠하게 감동 한 토막을 챙겨나올 수 있는 코미디 명품을 탄생시켰다.
올 가을, 코미디 영화를 좋아하거나 극장에서 한 판 웃음으로 스트레스를 날려보리고 싶은 이들에게는 희소식이 더블로 전해진 셈이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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