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e스포츠 현황을 한 단어로 정리한다면 '혼탁'이다. 블리자드와 한국e스포츠협회의 힘겨루기가 심각해지면서 암흑기에 빠졌다고 할 수 있다. 이 와중에도 굳굳하게 e스포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팀이 있다. 바로 김영화 단장이 버티고 있는 위메이드 폭스 프로게임단이다.
스타크래프트 뿐만 아니라 워크래프트3, 카운터스트라이크까지 무려 3개 종목의 팀을 보유하고 있는 위메이드 폭스는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임단이 아닌 분명 e스포츠 프로게임단이다.
e스포츠 프로게임단 단장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스포츠단 단장 출신이거나 마케팅 혹은 홍보 관련 인물이 팀을 맡는 게 아직까지는 현실이다. 이런 현실이 나쁘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단장 취임 직후 적극적으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경우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e스포츠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진 인물이 단장에 취임한 경우는 아마 위메이드 폭스 프로게임단이 최초일 것이다. 김영화 단장이 e스포츠에 열정을 바치게 된 이유는 위메이드로 옮기기 직전 그래텍에서 인터넷방송 곰TV 관련 마케팅 관련 업무를 맞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MBC게임과 채널 제휴를 통해 MBC게임 홈페이지에서 유료로 틀던 VOD 서비스를 곰TV에서는 전격적으로 무료로 방영함으로써 제 시간에 방송을 보지 못하는 e스포츠 팬들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여기다가 온 국민이 즐긴다는 곰TV를 즐겨보는 젊은층들에게 e스포츠 재미와 매력을 전달하게 됐다. 2006년 VOD 서비스 뿐만 아니라 2007년에는 내침김에 스타리그와 더불어 양대 개인리그의 축이었던 MBC게임의 MSL의 후원을 결정하게 됐다.
무려 4개 시즌 연속 스폰서라는 파격적인 결정으로 곰TV를 통해 경기 중계를 내보내고 있는 그래텍은 당시 e스포츠의 구세주로 떠오르게 됐다. 그야말로 e스포츠의 전성기의 한 축을 맡았던 이가 김영화 단장이다. "당시 정말 굉장했습니다. 시장 가치도 눈을 뜨고 나면 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거든요. 젊은층이 좋아하는 e스포츠에 대한 지원으로 곰TV에 대한 인식도 좋아지고,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하루하루가 즐거운 시절이었죠"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e스포츠를 지원하면서 김 단장은 새로운 꿈을 갖게 됐다. 간접적인 지원 보다는 직접적인 지원과 함께 e스포츠 관련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겠다는 꿈이다. 그 꿈은 결국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는 프로게임단의 단장 취임으로 이어졌다. 2007년 전반기 모기업의 경영 악화로 팀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는 팬택 EX를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가 인수, 위메이드 폭스 프로게임단으로 탄생하게 된 것. 위메이드 서수길 대표가 김영화 단장에게 러브콜을 던지면서 그의 e스포츠와 인연이 계속됐다.
부임 후 김 단장의 과감한 결정은 e스포츠계를 놀라게 했다. 경기 내적인 운영에는 프런트와 코칭스태프의 역할을 분명하게 나누면서 위메이드 폭스만의 고유 색깔을 갖추게 했다. 창단 후 2년간은 빛을 보지 못했지만 3년째에 치른 2009-2010시즌에서 위메이드폭스는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서 신흥 강호로 이름을 떨치게 됐다.
"팀을 맡게 되면서 가장 경계하게 된 것이 서로의 장점을 무시하지 말자였어요. 물론 서로의 개성이 강해서 힘들었죠. 그래도 서로 고유의 권한은 간섭하지 말고 맡은 바 자기의 역할에만 최선을 다하자고 선수단에 주문했습니다".

김 단장의 노력은 비단 스타크래프트 게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진정한 의미의 e스포츠단 운영이 꿈이었던 그는 자사의 게임인 창천과 아발론의 e스포츠화를 이끌었고, 카운터스트라이크와 외국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던 워크래프트3 선수들을 모아서 프로게임단의 일원으로 만들었다. 그래텍 시절 과감한 후원을 했던 MSL도 한 차례 더 후원을 결정했다.
"2006년까지 게임단들을 살펴보면 예전에 피파를 하던 팀도 있고, 그 외 기타종목 선수들이 있기는 했지만 당시 현실을 돌이켜보면 e스포츠단이 아닌 스타크래프트 게임단이었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웠죠. 만약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시장이 위협받게 된다면 그동안 노력했던 공든 탑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었죠. 제가 생각했던 진정한 의미의 e스포츠 게임단을 만들어보자는 마음이 들더군요. 그래서 팀의 규모를 확대하기 시작했죠. 지금 블리자드나 다른 e스포츠 종목사들에게 적극적으로 게임단 보유를 권유하고 있습니다. 지난 봄에 대만을 갔더니 그 곳은 스페셜포스가 인기인데 서로 서로 종목에 대해 팀을 보유하던군요. 우리나라도 그런 식으로 e스포츠에 대한 자생력을 더욱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불도저같은 신념으로 팀을 운영하는 김 단장이지만 항상 길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겠다는 그의 의지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제까지 IT 기업 위주들이 e스포츠 리그의 후원을 맡았던 것도 그의 사업 모델 정착화에는 일종의 장애물이었다. 하지만 그의 열정은 불가능하다 여겼던 일들을 가능케 했다. 음료시장에 대표적인 코카콜라가 위메이드 리그 후원을 결정하게 됐고, 명품 시계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스와치 역시 위메이드 리그 후원을 결정했다. 여기다가 교육기관인 우송대학교도 e스포츠에 발을 들이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하지만 최근 e스포츠의 현안은 그를 맥빠지게 만든다고. 김 단장은 "서로 추구하는 것은 같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으로 e스포츠를 아낀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결론이 내려지기를 기대하고 있는 거죠. 지금 혼란기가 e스포츠가 더욱 발전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라고 최근 e스포츠에 대한 질문을 하자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그가 e스포츠에 뛰어들었던 꿈처럼 e스포츠의 새로운 전성기가 열리기를 기대해본다.
scrapper@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