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점 차 석패 속에서 기본기에 충실하겠다는 신고선수 출신 내야수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올 시즌 중앙대를 졸업하고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내야수 김동길(23)이 견실한 수비를 선보이며 미래를 기대하게 했다.
김동길은 지난 15일 광주 KIA전서 6회말 고영민을 대신해 9번 타자 3루수로 교체출장한 뒤 8회초 무사 1루에서 윤석민을 상대로 1타점 우중간 2루타를 때려내며 프로 데뷔 후 두 번째 안타와 첫 타점을 신고했다. 지난해 프로 지명이 끝난 후 추계리그가 되어서야 4할 대 맹타를 보여줬던 짙은 아쉬움의 분풀이를 하는 듯한 야무진 타격.

수비에서도 김동길의 수훈은 빛났다. 김동길은 8회말 무사 1,2루에서 유격수로 나서 안치홍의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잡아낸 뒤 3루를 거쳐 홈까지 스타트를 끊은 주자 신종길을 잡기 위해 3루로 송구했다. 신종길이 타구를 못 본채 홈으로 달려든 순간을 놓치지 않은 재치였다.
3루수 오재원이 신종길을 태그하기 위해 달려가자 김동길은 곧바로 3루 베이스커버에 나서는 기본에 충실한 수비를 보여줬다. 신종길의 태그아웃 후 김동길은 오재원의 송구를 잡아 3루까지 내달렸던 1루 주자 김선빈을 아웃시켰다. 오재원과의 협력 플레이를 통해 처음과 끝을 맺은 김동길의 기본기와 재치를 알 수 있던 순간이다.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으나 김동길의 수비력은 이미 지난해 말 마무리 훈련서부터 코칭스태프의 시선을 이끌어냈다. 1,2군이 잠실구장에서 함께 훈련하는 과정 속 군더더기 없는 동작을 선보이며 코칭스태프가 주목하기 시작했고 신고선수로 미야자키 전지훈련 명단에 포함되기도 했다. 김경문 감독 또한 "한화로 이적한 이대수에게 맡기려던 내야 백업 역할을 기대한다"라며 김동길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을 비췄다.
얼마 없는 출장기회마저 대수비나 대주자로 나서 김동길의 프로 통산 타석수는 5번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는 5타수 2안타 1타점(15일 현재)에 2개의 안타를 모두 2,3루타 장타로 이끌어내는 위력을 과시했다. 비약이 심하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의 힘과 외야 빈 곳으로 공을 띄울 수 있는 기교까지 모두 갖추고 있음을 증명한 순간이다.
지난 8월 21일 사직 롯데전서 프로 데뷔 첫 안타를 3루타로 장식하며 "어머니 생신날 뜻깊은 선물을 드린 것 같다"라는 말로 기쁨을 감추지 못했던 김동길. 그는 찰나의 순간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며 앞으로의 가능성을 비췄다.
2004년 이후 한동안 두산은 스타 플레이어가 아닌, 잡초 같은 생명력을 지닌 선수들의 알토란 같은 활약 속에 이변을 일으키며 상위권을 지켰던 팀이다. 우여곡절 끝에 프로무대에 입성해 1군에서 뜻깊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김동길이 앞으로 내딛을 발걸음에 더욱 주목할 만한 필요가 있다.
farinelli@osen.co.kr
<사진> 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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