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왕' MC 이해영, "손범수 진행 모니터하며 캐릭터 구축" [인터뷰]
OSEN 조경이 기자
발행 2010.09.16 08: 49

배우 이해영이 영화 ‘퀴즈왕’으로 돌아왔다. 장진 감독과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 ‘거룩한 계보’ ‘굿모닝 프레지던트’ 이후 4번째 호흡이다. 극중에서 이해영은 단 한번도 우승자가 나오지 않는 133억짜리 퀴즈쇼를 진행하는 MC로 출연했다. 
이해영은 실제 MC인지 착각이 들만큼 완벽하게 진행자로 변신했다. 중저음의 목소리톤에서, 퀴즈쇼에 출연한 게스트들이 정답을 맞춰나갈 때는 한층 더 업된 톤으로 프로그램의 리듬을 타며 퀴즈쇼의 분위기를 유연하게 이끌어 냈다.
 

“리허설을 할 때는 굉장히 애를 먹었다. 사회자라 직업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 할 때, 그 캐릭터가 갖고 있는 말투나 언어가 나랑은 다르기 때문에 무한 반복을 했다. 연습을 할 때, ‘툭’ 치면 사회자가 하는 말들이 줄줄 나오게끔 연습을 했고 그 상황에서 사회자의 성격도 넣고 제스처나 말투를 더하면서 캐릭터가 구축이 됐다.”
“처음에는 사회자라는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 방송국 성우랑 연습을 했다. 사회자처럼 보이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133억 원을 같이 나눠먹으려고 하는, 앞에 시청자들에게는 친절하고 매너 있는 사람이지만 그 이면의 악역을 조금씩 드러내는 데 무게를 옮겨갔다”
오합지졸의 퀴즈쇼 게스트들의 중심도 잘 잡아줬다. 말도 안 되는 퀴즈쇼 게스트로 정재영 심은경 류덕환 류승룡 한재석 김수로 등이 출연한다. 그 외에 다수의 게스트를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진행을 하며 퀴즈쇼의 리듬을 타기가 쉽지 않았을 터다.
“다른 때는 다 괜찮았는데 한재석이 정답을 맞혔을 때 가식적으로 기뻐해 주는 장면이 조금 힘들었다. 효과음과 세트음을 내 목소리로 이겨야 된다는 장진 선배의 주문이 있었다. 그때 테이크를 5번 정도 갔는데 6번째 가니까 목이 쉬었다. 다음 장면들이 남아 있는데 목소리가 잘 안 나왔다. 다음날이 돼 촬영을 했다.”
특별히 참고한 진행자나 퀴즈프로그램이 있을까. “손범수씨의 퀴즈프로그램을 많이 봤다. 손범수씨는 너무 유연한 진행을 하는 것 같다. 여유가 있으면서도 긴장감이 들어야 할 때는 자연스럽게 긴장감을 주고 풀어 줄때는 쫙 풀어주고 그런 리듬을 너무 잘 타신다. 손범수씨의 제스처나 말투를 집중해서 보기도 했다. MC 역할을 한 번 해보니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TV에서만 볼 때는 편안하게 진행해서 쉬어보이기도 했는데 막상 해보니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이번 기회에 경험해보는 좋은 기회였다.”
장진 감독과 서울예대 선후배 관계이고 영화 ‘퀴즈왕’이 영화로서는 4번째 작품이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에서는 장동건의 빈틈없는 전략가이자 보좌관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학교에서 같이 서클이었다. 2005년에 대학로에서 연극열전 ‘택시드라이버’라는 연극을 같이 하면서부터 작품을 같이 하게 됐다. 장진 감독과 몇 작품 연이어 하면서 좋은 점은 시나리오를 자신이 직접 쓰니까 배우들의 캐릭터에 대해 정확한 생각을 갖고 있고 디렉션도 정확하다. 또 의사소통을 하는데 있어서 서로가 잘 아니까 디렉션 부분에서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이해영은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서 견자(백성현)의 형으로 출연했다. 세도가의 장자로 집안의 일가친척과 아버지가 죽임을 당하는 순간에 자신의 목숨만을 부지하기 위한 치졸함을 연기했고,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에서도 감성보다 이성이 앞서는 목적지향적인 캐릭터로 눈도장을 찍었다. 또한 영화 ‘퀴즈왕’에서도 퀴즈쇼의 정답자가 절대 나오지 말기를 바라는 MC로 출연해 인간의 어두운 본성과 이면을 드러냈다.
드문드문 악역의 맛을 살짝 보여준 이해영. 실제 날카로운 턱선과 콧날 등 외모에서 풍겨져 나오는 것과 더불어 본인 말대로 조용히 있으면 어딘지 무서워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는 말처럼 제대로 된 잔혹한 악역을 만나면 그 시너지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 것 같은 예감이 들기도 한다.
“악역에 대한 갈증이 늘 있다. 제가 주로 했던 캐릭터들이 악역에 가까운 역할이었지만 정말 징글징글한 악역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 ‘퀴즈왕’에서도 좀더 악역으로 갔으면 하는 욕심이 있기도 했다. 영화에서는 주로 악역을 많이 했는데 좀더 구체적이고 확실한 성격을 가진 악역을 한번 했으면 좋겠다.”
crystal@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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