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추석(秋夕)과 동안(童顔)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0.09.16 12: 17

올 여름은 무더위가 유난이 길었다. 덕분에 이번 추석은 긴 여름 끝에 찾아온 가을을 실감나게 하는 명절이 될 듯 하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8월 보름의 둥근 달이 뜰 것이다. 소원을 비는 달, 오곡백과의 풍요를 상징하는 한가위의 보름달을 인체에 비유한다면 어떨까?
‘달덩이 같은 얼굴’ 이란 따뜻하고 호감 가는 얼굴이다. ‘아 참 그 사람 달덩이 같다’ 는 말을 들을 때에 요즘 젊은이들이 발끈 화를 내는 이유는 V라인과 상반되는 느낌이라 싫어하는 걸까?
                                                   

상감청자의 요철, 고딕, 바로크 양식 가구와 건축의 곡선, 젊은 여인의 옆모습.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솟은 듯한 볼륨에서 물 흐르듯이 느슨하게 떨어지는 ‘오지 라인’(Ogee Line, 반곡선)이 그것이다. 소위 S라인도 이 오지라인의 다른 표현인 것인데, 인체에서 이 오지라인은 다이어트의 적으로 여기는 체지방 덕분이다. 과도한 체지방이 밉다고는 하나, 얼굴 볼 살에 체지방 없이는 여성미는 물론 동안 얼굴도 없는 것이다.
건강면에서 체지방의 역할은 무척 중요하다. 인체의 원활한 대사를 위해 37도의 온도를 유지하도록 우리 몸을 감싸주어 열 손실을 억제하는 역할과 함께 외부의 물리적 충격과 세균의 침입으로부터 몸과 장기를 보호하는 방어막인 쿠션역할도 한다. 또한 작은 공간에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저장하는 수단으로(15kg의 지방은 105,000kal로, 하루 소비량을 2000kal으로 하면 50~60일간의 에너지양) 혹독한 환경에서도 생존 가능하게 해준다. 게다가 지방세포는 다양한 염증반응과 대사 반응을 조절하는 역할도 한다. 지방세포는 체내 여러 기관들과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우리 몸을 조절하는 중요한 내분비기관이다. 동안 얼굴, 여성미에서도 마찬가지다.
시경 위풍에 석인 장강을 노래한 시를 살펴보면,
手如柔荑 膚如凝脂 손은 부드러운 띠삭 같고, 피부는 엉긴 기름처럼 매끄러우며,
領如蝤蠐 齒如瓠犀 목은 흰 나무 벌레 같고 이는 박씨 같으니
螓首蛾眉 巧笑倩兮 매미같은 이마에 나방의 눈썹, 미소짓는 보조개는 너무 어여쁘고,
美目盼兮 초롱초롱한 눈은 곱기도 하다
라고 노래하였다. 띠삭이란 띠풀의 싹으로 여리고 하얀 것을 말한다. 통통하게 굽은 손과 목의 희고 고운 라인은 바로 우리 몸의 체지방의 작품인 것이다.
그 뿐인가? 호감형 얼굴 역시 지방이 적절히 분포된 동그란 얼굴이다. 마른 얼굴은 쉽게 주름지고 피곤해보이며 음산한 느낌을 준다. 요즘 유행하는 ‘동안’ 은 다이어트 열풍, V라인과는 대조적이다.
동안이란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얼굴로 매끄럽고 통통한 피부에 얼굴 상하길이가 비교적 짧은 싱그러운 인상을 말한다. 어린 아이의 얼굴은 어떤가? 동그랗게 살이 있는 얼굴이다. 인상만큼은 마른 것 보다는 통통한 편이 호감을 얻는 것이 자명하다 하겠다. 우리는 ‘다이어트’와 ‘동안’이라는 어쩌면 서로 다른 두 개념 사이에서 헤메지 않아야겠다.
우리 몸은 적정량의 체지방이 꼭 필요하다. 우리 얼굴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V라인이 대세라지만 미인의 기준은 V라인이 아니다. 평상시에는 추석 보름달 같은 얼굴이다가, 웃을 때에 V라인이 되는 얼굴이 미인형 얼굴이라 할 수 있다. 웃지 않을 때에도  V라인 얼굴은 웃음을 지었을 때에 턱이 너무 뾰족해지기 때문이다. 평상시에는 추석 보름달 같은 얼굴에 지방이 다 사라지면 동안 얼굴에서도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올해 추석 때는 송편이며 전이며 무조건 많이 먹어 살찔 것을 염려하기 보다는, 소화기 건강을 위해 적게 먹고, 늘 나를 보호해주는 체지방에 조금은 감사한 마음을 가져보자. 가족과 오순도순 웃으며 보름달을 보는 마음처럼 넉넉한 자신감으로 거울을 대해 보는 건 어떨까? /성형외과 전문의 김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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