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쑤~ 이거 참 재밌네-정신문화의 수도 속으로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0.09.16 15: 46

[이브닝신문/OSEN=안동, 이성원 기자] 기자 자격 상실이다. 카메라 건전지를 안 챙기다니. 하회마을이고 뭐고 같이 다니던 무리에서 이탈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게를 찾아야 한다. 가게조차 한옥이라 찾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 오래 지나지 않아서 찾았다. 카메라 작동 상태를 확인한 후에야 알았다. 난 길치다. 정신없이 일행을 찾아다니다 보니 엄청 커다란 600년 된 삼신당 나무가 보인다. 내가 미아인지도 모르고 셔터를 눌러댄다. 어라. 일행이 보인다.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마을 중앙까지 왔냐며 놀라워한다. 그때 알았다. 여기가 하회마을 한 가운데라는 것을.
▲안동 국제 탈춤 페스티벌
안동 하면 뭐니 뭐니 해도 하회마을이다. 그중에서도 유명한 것이 하회탈.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탈춤 공연부터 보기 시작했다. 아줌마, 아저씨들로 가득할 거란 예상과 달리 외국인이 눈에 많이 띈다. 최대한 시선을 피한다. 탈춤을 해석해 주는 사람도 따로 없는듯한데 어쩌려고 저러나 하는 걱정을 해본다.

탈춤이 시작됐다. 일단 신명나는 풍악에 어깨가 들썩인다. 대사도 얼마 없다. 그나마 있는 대사도 느릿느릿, 춤과 행동 하나가 백 마디 말을 대신한다.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탈춤에 참여한다. 탈춤을 추는 모양새가 나보다 훨씬 낫겠다. 조금 전에 했던 외국인 걱정을 무안해하며 훌훌 날려 보낸다.
“외국인에게도 통하겠는데…” 라고 생각해본다. 내가 생각한 것을 안동시에서 생각 못할 리가 없다. 안동 국제 탈춤 페스티벌이 9월 24일부터 10월 3일까지 열린다고 한다. 꼭 다시 와서 지금보다 더 신명나게 춤추리라.
▲부용대 서면 하회마을 한눈에
탈춤이 끝나고 하회마을로 들어서자 사진 찍는 소리가 귀를 때린다. 그도 그럴 것이 사방을 찍어도 다 작품이다. 나도 부랴부랴 사진을 찍어댄다.
정신없이 찍다 보니 집안에 빨래도 널려있고 신발도 있다. 그렇다 여기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기 전에 사람이 사는 곳이다. 훌륭한 전통을 꿋꿋이 지키며 살아온 이곳 주민들이 자랑스럽다.
마을을 한 바퀴 돌고 강 건너 절벽인 부용대에 올라가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마을을 감싼 낙동강과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몇 장 찍어보고 나서야 사진으로는 내가 본 풍경을 담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안타까워한다. 옛날에 사진에 미쳐있던 친구가 했던 말이 불현듯 떠오른다. “내가 본 그대로를 사진에 옮길 수만 있다면 렌즈 대신 내 눈을 써도 좋아.”
▲병산서원 몰라 봬서 죄송
병산서원도 간다는 얘기에 약간은 지루함이 있을 거라 예상했다. 물론 그 예상은 빗나갔다. 서원이 무엇을 하던 곳인가. 학문을 연마하던 곳 아니던가. 학생들이 공부가 제대로 됐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서원은 아름다웠다. 지폐에 나오는 도산서원만 알았던 나는 얼굴이 붉어질 따름이다.
서원 앞의 활짝 핀 백일홍과 유유히 흐르는 강이 모든 걸 용서한다는 듯 조용히 우리를 품는다.
lswgo@ieve.kr /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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