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욱, LG 마운드의 숨은 '보석 상자'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0.09.17 06: 57

누구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무명에 가까운 투수다. 데뷔 7년 만에 찾아온 선발 등판에서는 아쉬움만 남기고 일찍 내려갔다. 그러나 이틀 만에 찾아온 구원 등판에서 둘레 23cm, 무게 145g, 108개의 실밥에 아쉬움은 훌훌 털어버리고 희망을 던졌다.
LG 트윈스 우완 투수 박동욱(25)이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10CJ마구마구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전에 5-5 동점이던 연장 11회 마운드에 올라 2이닝 동안 볼넷 1개만을 내주고 피안타 없이 삼진을 3개나 솎아내며 호투, 팀을 패배의 늪에서 구했다.
박동욱은 지난 14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에 데뷔 첫 선발 등판했다. 그는 등판 하루 전 "편하게 던지다 보면 좋은 결과도 있을 것"이라며 차분한 마음을 유지하며 경기를 준비했다. 이날 박동욱은 한화를 상대로 2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그러나 3회초 자신의 수비 미숙과 내야수의 실책으로 처한 위기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2⅓이닝 동안 2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 3실점(2자책)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박동욱이 마운드를 내려오자 LG 김준기 전력분석 과장도 "오늘 공이 좋았는데 한 고비를 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박동욱 역시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는 15일 잠실구장에서 만나자 아쉬움보다는 자신감이 더 넘쳐 있었다. 마운드 위에서 자신의 구위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는지 가벼운 미소를 짓는 여유도 있었다.
▲박동욱 깜짝 호투 비결은?
박동욱은 16일 잠실 SK전에서도 깜짝 호투를 선보였다. 그는 2이닝 동안 사사구 1개만 허용하고 삼진은 3개나 잡아냈다. 가장 큰 호투 비결은 안정된 투구폼이다. 우완 정통파인 박동욱은 "여렸을 때부터 투구폼이 너무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처음엔 기분이 좋았지만 예쁘다는 말이 거슬렸다"며 "그래서 일부러 폼을 거칠게 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동욱의 최대 장점은 '예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균형이 잘 잡힌 투구 밸런스에 있다. 여기에 그가 구사하는 4가지 구종을 던질 때 투구폼의 차이도 거의 없어 타자들이 곤혹스러워한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5km, 슬라이더는 128km, 커브 119km, 체인지업도 132km 정도 나온다. 특히 커브와 같이 종으로 떨어지지만 정확한 구종은 슬라이더다.
▲아직은 유망주일 뿐…보완점은?
가장 큰 보완점은 왼쪽 어깨가 오른쪽 어깨보다 약간 높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서 박동욱은 제구가 약간 높게 형성된다. 박동욱 역시 "왼쪽 어깨가 오른쪽 보다 높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서 제구력이 아직은 부족함이 있다. 올 시즌 10경기에 등판해 22⅓이닝(1세이브 평균자책점 5.24)을 던진 것이 프로 데뷔 7년 동안 1군에서 던진 수치다. 자신감과 수비 능력도 더 키워야 한다. 박종훈 감독도 "가능성이 많은 투수다. 구원으로 등판해 호투를 보여준 만큼 꾸준한 기회를 통해 테스트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동욱은 이런 작은 단점보다 훨씬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지금은 야구부가 없어진 목포 영흥고 출신 올 시즌 유일한 영흥고 출신 프로 선수인 만큼 가슴 속에 뜨거움이 있다. 간절함과 자존심도 있다.
비록 야구팬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숨은 보석 상자처럼 내년 시즌 가장 기대되는 LG 마운드 샛별 중 한 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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