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SK 와이번스가 '잠실산' 고춧가루 부대인 LG 트윈스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역전승을 거뒀다. SK를 구한 건 '정신적 지주' 박경완이었다.
SK는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0CJ마구마구 프로야구 LG와 시즌 17번째 맞대결에서 9회초 박경완의 천금같은 결승타에 힘입어 LG를 5-4로 물리쳤다.

이로써 SK는 79승 2무 45패를 거두며 1위 자리를 유지했고, 6위 LG는 54승 4무 67패를 기록했다. 2위 삼성은 광주구장에서 KIA에 패하며 SK는 다시 3경기차로 달아나며 매직넘버도 '4'로 줄였다.
승장 김성근 감독은 "오늘 지면 다 끝난다는 생각으로 전력으로 임했다. 마무리 정대현 잘 했고, 선수들 모두 이기려는 의지로 이긴 게임"이라며 선수들을 칭찬했다.
선취점은 연패에 빠지며 선두 수성이 다급해진 SK가 뽑았다. SK는 1회초 선두타자 박재상의 중전안타와 정근우의 희생번트에 이어 상대 선발 박현준의 폭투로 만든 1사 3루에서 '주장' 김재현이 1타점 좌익수 희생 플라이로 한 점을 선취했다.
그러나 전날 SK와 경기 때 연장 12회까지 최선을 다하며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톡톡히 한 LG는 1회말 곧바로 반격에 나서 역전을 시켰다. LG는 상대 선발 카도쿠라를 집중 공략해 안타 5개를 집중시켰다. 1사 1,3루에서 4번 '작뱅'이병규의 1타점 좌전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고 연이어 '큰'이병규와 조인성의 적시타가 터지며 3-1을 만들었다.
그러자 다급해진 LG는 3회초 추격에 나섰다. 이번에도 '주장' 김재현의 방망이에서 나왔다. 김재현은 3회초 1사 후 LG 선발 박현준을 상대로 볼카운트 0-2에서 3구째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온 가운데 높은 139km 직구를 놓치지 않고 통타 해 중월 솔로 홈런을 날렸다. 시즌 10호 홈런을 기록하며 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돌파했다.
추격을 허용한 LG는 3회말 깜짝 작전을 통해 홈스틸을 성공시키며 SK를 흔들었다. 2사 후 이학준의 2루타, 박경수의 몸에 맞는 볼, 그리고 이대형의 내야 안타로 만든 2사 만루에서 3루에 있던 이학준은 박용택 타석 때 볼카운트 2-1에서 4구째를 던지자 2루 주자 박경수에게 포수 박경완의 송구가 날아가는 사이 홈을 파고 들며 멋지게 홈 플레이트를 통과했다. 시즌 5호, 통산 29호, 개인 1호 홈스틸이었다.
그러나 SK는 5회 기어코 동점을 만들었다. 1사 1,2루에서 김재현의 좌익수 플라이를 LG 좌익수 '작뱅'이병규가 더듬거리다 떨어뜨리며 2루에 있던 박재상이 홈을 밟았다. 이어 박정권의 2루수 앞 땅볼 때 정근우마저 홈을 밟아 4-4가 됐다.

LG는 8회말 결승점을 뽑아낼 수 있는 찬스를 잡았다. 선두타자 박용택이 볼넷을 골라 나간 뒤 곧바로 2루 도루를 성공시키자 이택근의 희생번트로 1사 3루를 만들었다. 이어 대타 정성훈이 고의 사구로 1루를 밟았고, 2사 2,3루에서 조인성이 바뀐 투수 정대현을 상대로 또 다시 고의 사구로 출루 2사 만루를 만들었다. 그러나 '오지배' 오지환이 정대현의 슬라이더에 스탠딩 삼진을 당하며 득점에 실패했다.
그러자 위기를 넘긴 SK는 9회초 결승점을 뽑아내며 연패를 탈출했다. 1사 후 김강민이 볼넷으로 출루한 뒤 나주환의 3루 방향 기습 번트 때 LG 3루수 이학준의 1루 송구 실책으로 1사 1,3루가 됐다. 이 순간 SK 김성근 감독은 박경완에게 스퀴즈 번트를 지시했으나 LG가 작전을 간파해 3루에서 홈으로 파고들던 김강민이 아웃됐다.
그러나 1루에 있던 나주환은 그 사이 3루까지 안착했고, 스퀴즈 번트를 실패한 박경완이 이범준을 상대로 깨끗한 1타점 좌전 적시타를 날리며 기나긴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 후 박경완은 "스퀴즈 사인을 예상하고 타석에 들어섰는데 실패를 했다"며 "그것이 다른 때보다 타석에서 더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박경완은 또 "선수들 모두 몸이 너무 굳어 있다. 그래서 주장과 나는 즐겁게 하자고 말했다. 매 경기 중요하다 보니 경직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게임이다. 즐겨야 한다"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최근 SK 투수진에 대해서는 "불펜 투수를 1년 동안 가동하다 보면 지금은 떨어지는 때다"고 설명한 뒤 "그러나 시간이 있으니 분명히 올라올 것이다. 삼성전이 최종전이라 생각하고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고 다짐했다.
8회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정대현은 1⅔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3승째를 거뒀다. 박현준의 반대 급부로 SK로 이적한 이재영도 5회 2사 후 마운드에 올라 '친정팀' LG를 상대로 2⅔이닝 동안 2피안타 3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LG 선발 박현준은 데뷔 후 가장 긴 이닝을 소화하며 선발 투수로서 성장해 나갔다. 박현준은 '친정팀' SK를 상대로 6⅓이닝 동안 97개의 공을 던져 삼진 3개를 솎아내며 5피안타 2사사구 4실점(4자책)을 기록했다. 앞선 경기에 비해 제구가 조금 가운데로 몰린 경향이 있었지만 여전히 스리쿼터에서 나오는 140km 중반대 직구와 130km 포크볼은 위력적이었다.
전날 연장 12회 5-5 무승부를 기록하며 사실상 패했던 SK는 이날까지도 패했다면 정규리그 우승에 빨간불이 켜질 뻔 했다. 그러나 다행히 삼성도 KIA에 패하며 오랜만에 웃음을 지울 수 있는 밤이 됐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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