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안타' 버뮤다 트라이앵글과 타구 처리법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0.09.18 07: 57

일명 '텍사스 안타'로 불리는 행운의 타구의 본래 용어는 버뮤다 삼각지대(트라이앵글)다.
버뮤다 트라이앵글(Bermuda Triangle)은 1945년 12월 6대의 미 해군소속 비행기와 그 승무원 27명이 대서양 주변 삼각지역에서 실종되는 사건이 어원이다. 버뮤다 삼각지대는 대서양의 마이애미, 버뮤다, 드리고 푸에르토리코를 잇는 삼각지대를 말한다. 
 
야구에서도 야수들 사이에는 버뮤다 지역이 있다. '중견수-유격수-좌익수','중견수-유격수-2루수', 그리고 '중견수-2루수-우익수'지역을 삼각형 모양으로 한 뒤 한 가운데 부분을 가리킨다. 유격수와 2루수는 2번. 중견수는 3번다 포함된다. 이들은 넓은 범위를 커버해야 한다. 범위가 넓은 그만큼 사고 위험도 높다.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0CJ마구마구 프로야구 LG-SK전과 광주에서 열린 KIA-삼성전에서 버뮤다 트라이앵글 타구가 나왔다. 잠실에서는 사고 없이 잘 처리했지만, 광주에서는 공을 쫓아가던 중견수와 2루수가 부딪쳤다.
일단 잠실에서는 SK 4회초 공격 때 최정의 타구가 2루수, 유격수, 중견수 사이로 높게 떴다. 그러자 LG 2루수 박경수, 유격수 오지환은 타구를 쫓아 뒷걸음질했다. 그러나 타구는 예상했던 것보다 뻗어 나가자 최종 낙구 지점에서 헤매기 시작했다. 다행히 발 빠른 중견수 이대형이 큰 소리로 콜을 하며 공을 잡았다.
광주에서는 9회초 삼성 공격 때 강봉규의 타구가 배트에 깎여 맞으며 중견수 방향으로 높게 떴다. 그러자 KIA 2루수 안치홍은 재빠르게 뒷걸음질을 했고, 유격수 김선빈은 안치홍 뒤를 받쳤다. 그러나 이 타구를 쫓아 오던 중견수 이용규와 안치홍이 부딪치며 둘은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누가 공을 잡는 것이 맞을까. LG 이대형이 정석 플레이를 한 반면 KIA는 안치홍의 무리한 뒷걸음 때문에 자칫 심한 부상을 당할뻔했다.
▲버뮤다 존(Bermuda Zone)사고 원인은? 
야구 경기가 열리는 3시간 동안 팬들은 쉼 없이 큰 소리를 외쳐댄다. "부산갈매기, 부산갈매기". 관중들의 목소리, 응원단의 앰프, 북소리가 경기장내 울려 퍼진다. 이로 인해 수비수들 사이의 콜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아 원활한 수비가 불가능하다.
 
연습은 부족한데 의욕만 넘치는 선수들도 있다. 안치홍도 프로 2년차로 공만 보면 무조건 뛰어간다. 넘쳐나는 의욕을 감당하지 못하고 공만 뜨면 몸을 아끼지 않는다. 내야,외야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따라간다. 그러나 경험이 부족한 이들은 막상 타구가 '버뮤다 지역'에서 떨어질 때 즈음이면 당황해 한다. 
 
▲버뮤다 트라이앵글 처리법은?
다행스럽게도 평범한 뜬공이나 하늘 높이 올라가는 팝업에는 어떤 야수에게 공을 잡을 권리가 있는지 결정해주는 가이드라인이 있다.
 
90년대 후반 메이저리그(미 프로야구)휴스턴 애스트로스 중견수로 활약했던 휴스턴 애스트로스 극동 담당 스카우트인 글랜 바커를 통해 버뮤다 트라이앵글 수비 원칙을 들어보자.
 
그는 최근 OSEN과 만난 자리에서 “모든 외야수들은 모든 내야수들보다 우선권을 가진다”며 “내야수들이 뒤로 달려갈 때보다 외야수가 앞으로 달려가면서 공을 잡는 게 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야의 볼이 뜬 경우에는 “중견수가 나머지 외야수들보다 우선권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그럼 내야에 뜬 공의 경우에는 "당연히 유격수는 다른 내야수들보다 우선권을 가진다.”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투수 마운드 근처에서 뜬 볼에 대해서도 “1루수와 3루수가 포수보다 우선권을 가진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투수에게는 수비 우선권이 없다. 투수는 길을 비키고 야수들이 수비 플레이를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고 말하며 “이러한 수비 원칙은 미국에서는 일찍부터 몸에 읽혀 큰 사고 없이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야구가 WBC와 해외야구를 접한 선수들의 허슬 플레이를 통해 이러한 부분들도 배워나가는 이데올로기인 것 같다. 조금만 더 훈련하면 서로 다치지 않고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성숙한 플레이를 보여줄 것”이라며 오히려 우리 선수들이 공에 대한 집념과 적극성을 칭찬했다.
agassi@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