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정대현이더라".
찬사가 절로 터져나왔다. '여왕벌' 정대현(32)은 중요한 순간 완벽한 피칭으로 마운드를 장악, SK와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한 번에 만족시켰다. 왜 그가 단골 대표팀으로 초청받는지 알 수 있었다.
17일 SK와 LG가 맞붙은 잠실구장. SK가 4-4로 팽팽하던 8회 1사 1, 3루 LG 공격 때 신인 김태훈에 이어 정대현이 호출을 받았다.

SK로서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지난 14일 사직 롯데전 이후 2패 1무로 3경기째 6개 남은 매직넘버를 줄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리드를 넘겨줄 경우 9회 마지막 공격에서 동점 혹은 뒤집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김성근 SK 감독이 가장 믿는 투수는 역시 정대현이었다.
대타 김준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정대현은 조인성을 고의4구로 출루시켜 만루 작전을 폈다. 이어 오지환마저 삼진으로 처리, 차분하게 위기를 넘겼다.
그러자 SK 타선은 곧바로 결승점을 뽑았다. 9회 공격에서 박경완의 좌전적시타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정대현은 9회 수비 때도 마운드에 올라 이학준, 박경수, 이대형을 차례로 범타로 유도, 시즌 3승째를 따냈다. 결승점은 박경완이 올렸으나 그 토대를 마련한 것은 분명 정대현이었다.
사흘 연속 등판이었다. 무릎 수술 후 시즌에 복귀한 정대현은 "3일 연속 등판이었다는 점에서 몸을 풀 때 살짝 부담스럽기는 했다"면서도 "몸상태가 좋진 않았으나 참고 할만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어 "일단 마운드에 오르면 긴장하게 되고 다른 것을 잊고 집중할 수 있다"면서 "15일 롯데, 16일 LG전에서 실점했지만 볼은 좋았다"고 설명했다.
정대현은 지난 15일 사직 롯데전을 마치고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다잡은 경기를 내준 것도 있지만 마운드에서 내려 온 후 아직 몸에 힘이 남아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기분이 나빴다. 결과를 떠나 전력을 다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마운드에서 모든 것을 쏟아붓기 때문에 마운드에서 내려서면 기진맥진 상태가 된다. 그런데 그날은 힘이 남아 있었다. 힘을 다 소진하지 않은 채 마운드에서 내려왔다는 사실에 화가 나더라".
이렇듯 공 1개, 한 타자마다 전력으로 피칭에 나서는 정대현을 바라 보는 김 감독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또 이날 피칭은 이틀 연속 실점으로 걱정을 안겼던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게도 희소식이었다. 다시 한 번 베이징의 영광의 영광을 떠올릴 수 있었던 정대현의 활약 덕분에 그동안의 우려도 말끔히 털어낼 수 있었다.
김성근 감독은 경기 후 정대현의 이날 피칭에 대해 딱 한마디만 했다.
"역시 정대현이더라".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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