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들이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기록관리라는 게 어디있나".
롯데와 한화의 시즌 17차전이 벌어진 지난 17일 대전구장. 경기 전 그라운드에서 롯데 이대호(28)와 한화 류현진(23)이 만났다. 둘은 MVP 경쟁과 국제대회를 통해 누구보다 친밀한 사이. 이대호는 배팅 훈련을 하는 와중에도 한화 덕아웃 근처로 넘어와 류현진과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러다 이대호가 류현진에게 "너 아픈거냐 쉬는거냐. 아픈 거 맞지?"라며 묻자 류현진은 "정말 아파서 쉬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대호는 "나는 아픈데도 뛴다. 기록관리한다는 말이 많아서 그렇다"며 웃었다. 이대호는 "(류)현진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기록관리가 어디있나. 2위랑 기록차이도 많이 나지 않는가"라고 항변했다. 이에 류현진 역시 "나도 평균자책점 관리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욕도 많이 먹었다"며 동조했다. 이대호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두 선수 모두 압도적인 성적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기록관리라는 말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화제는 오는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으로 옮겨졌다. 두 선수 모두 이번에도 변함없이 대표팀 명단에 또 이름을 올렸다. 이대호는 "국제대회에서는 투수가 중요하다. (류)현진이는 병역브로커가 될 것이다"며 류현진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에 류현진도 "투수가 중요하지"라며 자신의 두 어깨에 걸린 부담을 에둘러 표현했다. 이대호는 "(류)현진이 너 이번에 못하면 정말 많이 깨질 것"이라며 은근한 부담을 줬다.
사실 두 선수는 아시안게임에 안 좋은 기억이 있다. 지난 2006년 도하 아시암게임에서 대표팀은 따놓은 당상이라던 금메달은 물론 은메달마저 따내지 못해 집중적인 비난 포화를 받았었다. 당시 두 선수도 대표멤버였고, 류현진은 일본전에서 부진을 면치 못한 바 있다. 류현진은 "대회가 끝나고 입국할 때 (금메달을 딴) 박태환 뒤에서 몰래 나올 정도였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류현진은 "그때는 컨디션도 나쁘지 않고 멀쩡했는데 얻어맞았다"며 "대만이 만만치 않은 것 같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대호도 "방망이를 가는 게 아니라 칼을 갈고 있다"며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남다른 각오를 내비쳤다. 아시안게임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을 뒤로 하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겠다는 의지. 두 괴물이 뭉치친다면 무서울 게 없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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