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이영우, "후배들아 야구를 즐겨라"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0.09.19 11: 00

"우리 후배들이 야구를 즐기면서 했으면 좋겠다".
'한화의 리드오프' 이영우(37)는 지난 18일 롯데와의 대전 홈경기를 앞두고 공식 은퇴식을 가지면서 15년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그는 언제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한 스마일맨이었다. 팬들은 이영우의 화끈한 타격뿐만 아니라 농촌에서나 볼법한 푸근한 미소에도 매료됐다.
이영우는 "원래 인상 쓰고 그런 걸 싫어한다. 우리 후배들이 야구를 즐기면서 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악으로 깡으로 하는 시대는 지났다. 예전에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이제는 악과 깡으로만 되는 시대가 아니다. 즐기면서 할 줄 알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이영우는 야구를 즐겁게 했다. 1996년 입단 첫 해부터 이정훈이라는 걸출한 선배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타격에 눈을 떴던 1999년에도 제이 데이비스라는 재미있는 친구가 나타나 타격과 수비에서 여러 팁을 알려줬다. 타격왕 경쟁을 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2002년은 이영우가 기억하는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다. "그때 야구가 참 재미있었다. 야구가 참으로 쉽다는 생각도 하고, 항상 즐거웠었다"며 되돌아봤다.
이영우가 은퇴를 결심하게 된 것도 결국에는 야구가 더 이상 즐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수술한 어깨 재활이 너무 힘들었다. 재활을 해도 완치가 안 된다고 할 정도로 희망이 없었다. 향후 계획은 아직 잡지 못했지만 마음 같아서는 1년 정도 푹 쉬고 싶은 생각도 있다. 재활만 하느라 심신이 지쳤다"는 것이 이영우의 말이다.
이어 이영우는 한 절에서 얻은 교훈을 꺼내놓았다. 이영우는 "절에서 스님이 '시간은 모든 걸 소멸시킨다'고 말하시더라. 이제 선수생활은 끝났고 모든 것은 지나간 일이 됐다. 새롭게 출발하라는 의미"라며 제2의 인생을 출발하는 마음가짐을 내비쳤다. 하지만 야구와의 인연은 계속될 것이다. 그의 장남 재현(11) 군은 아버지의 은퇴식 날 시구를 가장한 위력적인 공을 뿌리며 아버지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이영우는 "아들도 야구를 한다. 나보다 아버지가 더 좋아한다. 재미있으신 모양"이라며 웃어보였다. 야구의 즐거움이 대대로 물려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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