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승' 김광현, 양준혁 은퇴경기서 더욱 빛난 호투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0.09.19 20: 02

SK 김광현(22)이 쉽지 않은 경기를 잡아내고 에이스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역대 최고 타자 양준혁의 마지막 경기를 빛내기에 내용도 결과도 모두 만족스런 피칭이었다.
19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원정경기는 선발 김광현에게 상당한 부담이었다. 다른 경기와 달리 주인공이 명확한 반면 경기의 승패가 팀의 페넌트레이스 1위 확정에 분명한 영향을 미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김광현은 이날 7⅔이닝 동안 4피안타 2볼넷 8탈삼진으로 무실점했다. 8회 2사 만루 상황에서 물러났지만 송은범이 대타 조영훈을 삼진으로 돌려세워 자책점을 기록하지 않았다. 결국 팀은 3-0으로 영봉승을 거뒀다.

이로써 김광현은 지난 2008년 세운 자신의 데뷔 최다승(16승)을 넘은 17승에 성공했다. 다승 선두로 나서며 2008년에 이어 다시 한 번 다승 타이틀 도전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이날 경기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더욱 빛난 호투였다.
우선 '양신'이라 불리는 역대 최고 타자 양준혁이 선수로서는 마지막으로 치르는 역사적인 경기였다. 선동렬 삼성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양준혁을 엔트리에서 제외할 뜻을 나타냈다. 때문에 앞으로 더 이상 타석에 들어설 수 없는 양준혁이었다. 그만큼 양준혁에게는 소중한 한 타석 한 타석이었다.
마침 김광현은 "양준혁 선배님을 삼진 3개로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던지겠다. 선배님도 그것을 바라실 것"이라고 언급해 팬들의 관심을 더욱 부추겼다. 김광현 개인적으로는 신인시절이던 2007년 4월 10일 문학 삼성전에서 프로 데뷔 첫 홈런을 맞아 양준혁에 대한 기억을 뚜렷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결국 김광현은 이 약속을 지켰다. 1회 양준혁이 들어서자 모자를 벗어 예의를 갖췄던 김광현은 3구 헛스윙 삼진으로 양준혁을 돌려세웠다. 4회에는 볼카운트 2-2에서 다시 헛스윙으로 삼진을 낚았다. 7회에도 선두타자로 나선 볼카운트 2-1에서 역시 4구만에 삼진을 기록했다.
매직넘버 4를 남기고 있던 팀에게는 더 없이 중요했다. 이날 이기면 매직넘버를 1까지 줄일 수 있어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기 때문이었다. 만약 패한다면 2위 삼성과의 경기차가 '2'로 줄어들어 더욱 힘든 여정을 치러야 했다.
 
여기에 선발 맞대결 상대도 부담이었다. 후반기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고 있던 차세대 에이스 차우찬이었다.
이 때문인지 경기 전부터 마치 한국시리즈와 다를 바 없는 들뜬 분위기였다. 양준혁의 은퇴식과 맞물려 전날밤 현장 판매 티켓을 구입하기 위한 텐트족이 등장할 만큼 장사진을 이룬 경기장이었다.
 
김광현은 이런 모든 분위기를 정리하듯 호투로 자신의 존재감을 분명하게 각인시켰다. 이날 호투는 오는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 전망까지 밝게 하는 효과까지 보여줬다는 점에서 더욱 빛났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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