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해보려고 해도 선수단 100% 활용이 마땅치 않았던 2010시즌. 그러나 감독은 새롭게 두각을 나타낸 선수들의 면면을 살피며 위안을 삼았다. 김시진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김성태(29), 김성현(21), 고원준(20) 등 투수진에 숨통을 틔워준 선수들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미 지난해 12월 30일 장원삼(삼성)과 이현승(두산)을 떠나보낸 김 감독은 지난 3월 '좌완 3인방'의 마지막 보루였던 마일영(한화)의 뒷모습까지 허탈하게 지켜봐야 했다. 여기에 베테랑 황두성과 김수경마저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고 기대를 모았던 강윤구도 팔꿈치 통증으로 2군에 내려간 뒤 결국 인대 접합 수술을 받게 되었다.

정민태 투수코치로부터 "시즌 10승 이상이 확실하다"라는 평을 받았던 우완 김영민마저 어처구니 없이 무릎 인대 파열로 시즌 아웃되며 선발진 구상조차 어려웠던 넥센. 그러나 김 감독은 새로이 1군 무대에 가세한 투수들을 이야기하며 "그래도 안되라는 법은 없다"라는 말과 함께 엷게 웃었다.
"선수 이적도 있었고 시즌 전 선발요원으로 설정했던 투수들이 차례차례 전열에서 이탈했다. 부상이 예고없이 찾아와 도리가 없었는데 대신 김성태와 김성현, 고원준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던 2010년이었다".
두산에서 이적해 온 좌완 금민철마저 7월 2군으로 떨어지며 연이은 난관에 갇힌 넥센이지만 또다른 투수들의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점은 분명 높게 평가할 만하다. 2000년 현대 시절 입단한 프로 11년차 김성태는 올 시즌 15경기 2승 4패 평균 자책점 3.95(20일 현재)를 기록하며 어느새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꿰찼다. 공익근무 이전 구위를 인정받고도 제구 불안으로 만년 유망주에 그쳤던 김성태는 우리나이 서른을 앞두고 비로소 기대에 부응 중.
시즌 전 선발 후보로 꼽히기는 했으나 언제든 불펜으로 강등될 수 있는, 유동적 입장이던 김성현의 안정세도 주목할 만 하다. 2008년 2차 1순위로 입단한 김성현은 올 시즌 7승 8패 평균 자책점 4.80을 기록 중으로 시즌 중반서부터 제 몫을 하고 있다. 구속을 다소 떨어뜨리는 대신 제구력을 끌어올리며 호투 경기를 보여줬고 이제는 투수진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되었다.
신인왕 후보로도 꼽혔던 2년차 고원준의 성장도 허투루 넘어갈 수 없다. 5승 7패 평균 자책점 4.00의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는 고원준은 5월 6경기 2승 1패 평균 자책점 0.84로 패기넘치는 구위를 유감없이 선보였다. 지난해 강윤구가 그러했듯 현장의 야구인들 또한 고원준에 대해 "현재보다 미래가 훨씬 기대되는 투수"라며 고원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밖에도 신인 문성현은 지난 18일 두산전서 허리 통증으로 강판한 애드리안 번사이드를 갑작스레 구원해 4이닝 3피안타 1실점 호투를 선보이며 가능성을 비췄다. 싹을 틔운 재목들을 언젠가 떠나보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잠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비관론만으로 팀을 꾸릴 수 없는 입장의 김 감독이기에 새롭게 가세한 투수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분명 따뜻했다.
"만약 선발로 내정했던 투수들이 정상적으로 등판했더라면 그 좋은 투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하지 못했을 텐데. 그래도 사람 일이 언제나 나쁘라는 법은 없는 것 같다".(웃음)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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