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지만 눈부신 궤적이었다.
지난 19일 잠실 KIA-LG전. 3-2로 앞선 9회말 우완 박성호가 대타 박용택에게 홈런을 맞는 순간 덕아웃에서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보던 양현종은 허망하게 웃었다. 시즌 17승이 물거품이 됐고 다승왕도 힘들어질 것 같다는 예감 때문이었다. 같은 시각 다승왕 경쟁을 벌인 SK 김광현은 삼성을 잡고 17승을 따냈다.
이제 양현종은 차후 등판 여부가 관심이다. KIA는 26일 대전 한화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만 남겼다. 한 발 앞선 김광현은 추가 등판이 예정되어 있어 불리하다. 한화전에 등판해 공동 다승왕을 노릴 수 있지만 서재응이 대신 기회를 얻어 10승에 도전할 수도 있다.

양현종은 2010시즌은 대단했다. 지난 시즌 입단 3년째 12승을 따낸 양현종은 올해는 에이스로 맹활약을 펼쳤다. 4월 30일 대구 삼성전에서 4이닝 6실점 부진으로 힘겹게 출발했으나 이후 10연승 줄달음질 쳤다. 고비마다 팀의 연패를 끊어주는 에이스였다. 16연패를 마감한 것도 양현종의 어깨였고 다시 5연패를 끊은 것도 그의 몫이었다.
아쉬운 대목은 8월 부진. 7월까지의 가파른 상승페이스가 힘겨웠던지 8월8일 군산 두산전부터 9월2일 광주 롯데전까지 5경기에서 4패를 당하며 승수를 챙기지 못했다. 팀은 4강 싸움에서 밀려났다. 더욱이 양현종에게도 한 달 가까이 승리를 따내지 못한게 다승왕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했다.
그럼에도 양현종은 광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에 발탁된 이후 2연승을 올리며 다승왕 싸움을 벌였다. 타이거즈 사상 최초로 좌완 15승의 주인공이 됐다. "정말 다승왕을 하고 싶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나 19일 호투에도 불구하고 불펜진 블론세이브로 다잡은 승리를 놓쳤다.
양현종은 한화 류현진, SK 김광현과 함께 좌완 빅 트리오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눈부신 한 해를 보냈다. 최강의 볼끝과 150km에 가까운 강속구와 해를 거듭할 수록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변화구의 위력이 더해졌다. 물론 완급조절 능력을 갖추고 2점대 방어율 투수가 되야 하는 숙제도 있다. 양현종의 시대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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