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대다 보니 특성상 K-리그보다는 국방부를 우선으로...".
대전 시티즌과 광주 상무와 경기서 보기 힘든 모습이 나왔다. 한 팀에서 선발 대부분을 2군으로 구성한 것. 그렇다고 해당 팀이 이날 경기 앞 뒤로 꽉막힌 혹독한 일정을 가졌던 것도 아니었다.
상무는 지난 19일 오후 대전월드컵경기장서 열린 대전과 쏘나타 K-리그 2010 22라운드에서 0-3으로 패배를 당하며 리그 14위로 떨어졌다. 이제 광주 뒤에 남은 팀은 대구 FC 밖에 없는 상황. 지난해 상위권까지 올라가며 돌풍을 일으켰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이날 상무는 평소와 다른 선수들로 베스트 11을 구성해 대전을 상대했다. 김동현 최성국 김정우 등 공격을 책임지는 주요 선수들은 대기 명단에도 없었다. 선발 출전한 선수 중 주전급인 서민국을 제외한 선수들은 이번 시즌 10경기 내외만을 치렀을 뿐이었다.
이처럼 정규리그에 2군을 대거 출장시키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 7월 포스코컵 때 전북이 울산을 상대로 대거 2군을 출전시킨 적이 있지만, 권순태와 김상식 등 1군 멤버를 중심으로 프로 경력이 많은 선수들도 포함돼 있었다. 이 또한 빡빡한 국내외 대회 일정 때문에 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반면 상무는 골키퍼 임인성과 김범수가 프로 데뷔전이었고, 조재용과 김민오는 이번 시즌 처음으로 그라운드를 밟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광주의 그러한 선발 구성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이유는 하나였다. 국방의 의무 때문이었다. 국방부는 경기 전날 행사를 가졌다. 18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상무와 터키 군인대표팀 친선경기가 열린 것. 상무는 터키와 친선전에 1군 선수들을 모두 투입했다. 이날 투입된 최성국이 2골을 기록하며 절정의 골감각을 선보였다. 그렇지만 상대가 K-리그 팀이 아니라는 점이 아쉬웠다.
결국 이날 출전한 1군 전원은 대전전에 나서지 못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제정한 규정에 의해 최소한 48시간의 휴식을 보장해줘야 하기 때문에 출전 명단에도 이름을 올릴 수 없었던 것.
2군 투입과 관련해 이강조 상무 감독은 별 다른 말 없이 "군 행사가 있어서 2군을 투입했다"고 밝혔고 왕선재 대전 감독은 "군부대라는 특성상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며 "국가적인 것도 관여된 것 같은데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다. 다만 이강조 감독님이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리그 일정 조정과 관련한 요청은 없었다. 다만 최근에 상무의 친선경기에 대해 알게 돼 연맹에서 (터키와 친선경기에 대한) 일정 조정 요청은 했다"며 "그러나 국가적 행사라서 그런지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광주 관계자는 "터키와 친선 경기 건은 몇 달 전부터 이야기가 있었지만, 국방부로부터 통보를 받은 것은 불과 며칠 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 것 같다"며 "군부대 특성상 K-리그보다는 국방부 말에 우선적으로 움직인다"고 덧붙였다.
상무는 현재 연고지 이전 문제로 뒤숭숭하다. 확실한 연고지가 없는 팀은 자신들만의 팬을 만들 수가 없기 때문. 물론 안일하게 '어차피 군인 팀인데...'라는 식으로 받아들인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것은 상무를 응원하는 팬들과 K-리그 팬들에 대한 모독이다.
만약 상무가 조금이라도 K-리그와 팬들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면, 리그 일정을 조정하려는 노력했거나 최소한이라도 사전에 전날 경기가 있었고 누가 뛰었는지에 대해 팬들에게 공지했어야 했다.
sports_narcoti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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