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진짜 잘하고 싶습니다. 올해도 못하면 정말 큰일나요".
올 시즌 개막과 함께 그는 그동안의 성실성을 제대로 보상받고 싶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이블 성열' 이성열(26. 두산 베어스)이 자신의 첫 풀타임 시즌을 성공적으로 장식 중이다.

이성열의 올 시즌 성적은 2할6푼6리 23홈런 83타점.(19일 현재) 130개에 달하는 삼진 수가 아쉬운 것도 사실이지만 그는 득점권 상황에서 2할8푼9리의 타율을 기록 중이다. 30%의 성공률로 안타를 뽑아내도 칭찬을 받는 야구임을 감안하면 이성열은 분명 성공적인 한 해를 보내고 있다.
2003년 이성열이 LG에 엄청난 기대를 불러일으키며 2차 1순위로 입단했다는 것은 많은 팬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거포 잠재력과 함께 강견을 자랑하던 포수였던 이성열은 병역을 일찌감치 해결한 뒤 이순철-김재박 감독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타자다.
특히 이순철 감독은 2005시즌 이성열을 전문 대타 요원으로 점찍고 기회를 부여했다. 102경기에서 187타수로 출장 기회가 들쭉날쭉했던 상황에서 그는 2할3푼5리의 타율에 그쳤으나 9홈런 30타점을 올리며 가능성을 비췄다. "2010년이 사실상 첫 풀타임 시즌이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이성열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2005년을 떠올렸다.
"대타 요원이기는 했지만 1군에 머무르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렇게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 어린 저에게는 감사할 따름이었구요. 오히려 그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던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이후 2시즌 반 동안 이성열은 커다란 아쉬움을 비췄다. 그 당시에도 훈련에 열중했던 이성열이었으나 라식 수술 이후 야간 경기서 공의 대처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며 기회를 잃어버린 것.
2008시즌 김재박 감독은 이성열을 가장 강력한 주전 우익수 후보로 놓고 기회를 주었으나 그는 1할 대 빈타에 허덕인 끝에 2008년 6월 3일 포수 최승환과 함께 2-2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으로 이적했다. 두산 이적 한 달 전에는 히어로즈와 트레이드 협상 카드로 지목되며 팀 내의 기대가 완전히 사라졌음이 증명되기도 했다.
이적과 함께 김경문 감독의 지원 하에 첫 한 달 간 주전 우익수로 기회를 얻었던 이성열. 당시 김 감독은 이성열에 대해 "눈이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싸움 능력을 얼마만큼 더욱 발휘해 자신이 가진 힘을 모두 쏟을 수 있을지 여부다"라며 언젠가 기회를 주겠다고 암시했다.
2009년 2군에서 3할4푼대 고타율을 기록한 뒤 9월 확대 엔트리에 맞춰 1군 진입, 생애 첫 그라운드 홈런을 때려내는 등 조금씩 싹을 틔우기 시작한 이성열은 2010년 자신이 가진 힘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팀 내 최다 홈런인 동시에 5할7리의 장타율은 8개 구단 전체 타자 중 최진행(한화)과 함께 공동 9위에 위치했다.
"누구나 열심히 야구에 임하지만 (이)성열이는 전지훈련에서 정말 열심히 했으니까. 감독 입장에서 모든 선수들의 바람을 실현시켜줄 수 없어 아쉽기는 하지만 저 녀석에게도 기회를 한 번 줘야지". 이성열 본인에게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던 기회였다는 이야기였고 선수는 이를 비교적 잘 살렸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데뷔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서 안타를 때려냈던 이성열은 경험이 부족했던 무대에서 주로 대타 요원으로 기회를 얻었음에도 11타수 3안타(2할7푼3리) 2타점의 성적을 올렸다. 게다가 올 시즌 이성열의 낮경기 타율은 무려 5할2푼2리에 달했다. '낮성열'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아직 유효하지만 오히려 포스트시즌에는 이 점이 이성열의 파괴력을 더해줄 수 있다.
이전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이성열의 양 손바닥은 두껍고 울퉁불퉁한 굳은 살로 가득하다. 올 시즌에서야 비로소 꾸준한 출장 기회 속에 타선에 없어서는 안 될 타자로까지 성장한 이성열의 남은 시즌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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