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동기'의 조언과 김성배의 쾌투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09.20 21: 48

학번은 하나 아래지만 동갑내기에 군대도 같이 다녀온 포수의 한 마디가 그를 바꿨다. 8년차 사이드암 김성배(29. 두산 베어스)가 신무기를 가미한 호투로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김성배는 20일 목동 넥센전에 선발로 등판해 5⅓이닝 동안 4피안타(탈삼진 3개, 사사구 1개)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6-4 승리에 공헌, 시즌 2승(2패, 20일 현재)째를 올렸다. 이날 활약으로 김성배는 7.71의 시즌 평균 자책점도 5.59로 낮췄다.

 
최고구속은 142km로 사이드암치고 빠른 공이 돋보였다. 여기에 볼 끝이 상대적으로 지저분한 편이라 넥센 타선의 예봉을 꺾기에 충분했고 신무기로 꺼내든 변형 포크볼이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요동쳤다.
 
사실 2005년 8승을 거두던 당시 김성배는 직구-슬라이더 투 피치 스타일의 사이드암이었다. 제구력을 앞세우기보다 사이드암 치고는 빠르고 묵직한 직구를 앞세운 투수였으나 상무 제대 후에는 체력적인 면에서 아쉬움이 있다는 평가 아래 타겟형 투수로 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초 왼 발등 부상으로 투구 밸런스가 불안정해지며 자리를 잃고 말았다. 올 시즌 중에는 2군에 익숙한 투수가 되며 은퇴까지 심각하게 고려했던 것이 사실.
 
좌절할 뻔한 그를 다잡은 것은 2군 코칭스태프와 포수 용덕한(29)이었다. 특히 용덕한은 나이는 같지만 김성배의 한 학번 후배로 2006시즌 후에는 함께 상무에 입대했던 바 있다. 용덕한은 김성배에게 단순한 포크볼이 아닌, 약지에도 힘을 주어 회전력을 더하는 구종을 권유했다.
 
사이드암 투수에게 약지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위. 2년 전 히어로즈에서도 활약했던 베테랑 잠수함 다카쓰 신고 또한 "싱커는 공을 놓는 순간 약지에도 힘을 주어 더 많은 회전력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일반적인 포크볼이 검지와 중지를 벌려 공을 걸친다면 김성배의 포크볼 그립은 검지, 중지와 함께 약지도 공에 걸치는 그립이다. 정통 체인지업으로도, 포크볼로도 보기 어려운 구질이다.
 
결과는 좋았다. 이미 지난 7일 문학 SK전서 신무기를 꺼내들어 5이닝 1피안타 무실점 선발승을 거뒀던 김성배는 넥센 타선을 상대로도 15개 이상의 변형 포크볼을 구사했다. 군 제대 당시 "변화구 무기를 다양화해 특정 타자에 당하지 않는 투수가 되고 싶다"라는 바람을 이야기했던 김성배는 파트너의 조언 덕택에 또 하나의 무기를 추가했다.
 
김성배가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포함된다면 이는 선수 개인에게는 5년 만의 포스트시즌 출장이다. 한때 잊혀졌던, 그러나 마음을 다잡고 다시 야구공을 꼭 쥔 김성배가 과연 가을잔치에서 자신의 진가를 재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사진> 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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