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은 말한다. "투수는 평균자책점이 낮고 봐야 한다. 아무리 승수가 많아도 평균자책점이 높으면 좋은 투수라고 볼 수 없다"고 한다. 류현진은 남은 잔여 경기 등판을 포기했다. 비록 다승왕은 물건너갔지만 평균자책점이 1점대(1.82)밖에 안 된다. 만약 그의 소속팀이 한화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한화는 올해 류현진이 마운드에 있을 때 9이닝당 평균 4.11점을 지원하는데 그쳤다. 올해 불운한 투수들을 열거한다.
▲ 류현진(한화) 9이닝당 득점지원 4.11점
최고의 한해를 보낸 류현진은 소속팀이 한화가 아니었더라면 더 많은 승수를 따냈을지도 모른다. 류현진의 9이닝당 평균 득점지원은 4.11점밖에 되지 않는다. 류현진이 리그에서 가장 많은 192⅔이닝을 마운드에서 버티고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 많은 득점지원이 따라야 했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했다. 2득점 이하 득점지원이 9차례나 됐다. 3득점 지원도 4차례. 선발등판의 절반을 넘는 13경기에서 2실점 이하로 막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16승이나 거둔 것이며 8차례나 퀄리티 스타트를 하고도 승을 못했다. 이처럼 류현진은 불운마저 이겨낸 절대 에이스 풍모를 보였다. 홈런을 치고 들어온 한화 타자들은 류현진 앞에서 조금 더 긴장해야 할 판이다.

▲ 봉중근(LG) 9이닝당 득점지원 4.74점
봉중근은 예부터 득점지원이 따르지 않기로 유명한 불운한 투수의 대명사였다. 올해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무득점 지원 6차례를 포함해 9이닝당 평균 득점지원 4.74점에 그쳤다. 지난 5월26일 잠실 KIA전에서 17점을 지원받은 것을 제외하면 그 수치는 4.02점으로 확 내려간다. 28경기에 선발등판했는데 3득점 이하 지원이 무려 18차례에 달한다. 5회를 채우지 못하고 강판된 것이 딱 한 차례에 불과한 봉중근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눈물겨운 수준이다. 퀄리티 스타트를 하고도 승리를 못한 것이 9차례로 류현진보다도 오히려 더 많다. 괜히 '봉 크라이'가 아닌 것이다. 봉중근의 눈물이 흐르지 않는 그날, 비로소 LG도 강팀이 돼 있을 것이다.

▲ 로페즈(KIA) 9이닝당 득점지원 4.25점
쓰레기통을 걷어차고 의자를 집어던졌던 KIA 외국인 투수 아퀼리노 로페즈. 그러나 경기내용을 들여다 보면 그 마음이 아주 조금은 이해가 갈 만하다. 올해 로페즈는 9이닝당 평균 4.25점밖에 지원받지 못했는데 특히 3득점 이하 지원이 15차례였다. 로페즈도 5회 이전 강판이 2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꾸준함을 보여줬다. 투구이닝도 166이닝으로 리그에서 4번째로 많다. 그러나 타선과 수비에서 지독히도 운이 따르지 않았다. 퀄리티 스타트를 13차례나 했지만 9차례나 승리투수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잘 던지고 내려와도 화재를 진압해야 할 불펜에서 오히려 불을 저지르며 로페즈의 가슴을 후벼팠다. 올 한해 로페즈는 야구가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을 것이다.
▲ 고원준(넥센) 9이닝당 득점지원 4.13점
넥센의 에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영건' 고원준은 그러나 승운이 유독 따르지 않는다. 29경기에서 5승7패로 승보다 패가 많다. 평균자책점은 최근 부진으로 4.00으로 올랐다. 하지만 올 시즌 넥센에서 가장 많은 9차례의 퀄리티 스타트를 할 정도로 피칭내용은 보이는 성적 이상이었다. 승운이 따르지 않은 데에는 역시 득점지원의 부재가 컸다. 고원준이 선발등판한 21경기에서 넥센 타자들은 59점을 뽑는데 그쳤다. 9이닝당 평균 득점지원이 4.13점에 불과하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류현진 다음으로 적은 득점지원. 퀄리티 스타트를 한 9경기에서 승(2)보다 패(3)가 더 많을 정도로 불운하다. 게다가 유독 상대 에이스와의 맞대결이 많았다. 이제 만으로 스무살이 된 어린 투수가 감당하기에는 꽤 무거운 짐이다.
▲ 데폴라(한화) 9이닝당 득점지원 4.14점
류현진뿐만 아니라 많은 한화 투수들이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특히 외국인 투수 훌리오 데폴라는 17경기에 선발등판했지만 9이닝당 평균 4.14점을 지원받는데 머물렀다. 특히 무득점 지원이 5차례나 될 정도로 타선이 도와주지 못했다. 또한 수비에서 유독 어이없는 실책이 속출했고, 잘 던지고 내려가도 불펜에서 승리를 날려버리기 일쑤였다. 7차례 퀄리티 스타트했지만 5차례나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7이닝 이상을 2자책점 이하로 막은 4경기에서도 고작 1승밖에 못 올렸다. 무승 11패의 전설을 쓰고 도미니카로 돌아간 호세 카페얀도 13경기에서 56⅔이닝을 던졌으나 마운드에 있는 동안 총 15득점만 지원받았다. 9이닝당 평균 2.38점. 한 번 꼬인 실타래를 풀지 못 하고 떠난 카페얀이 5경기에서 9이닝당 평균 7.17점을 지원받은 프랜시슬리 부에노를 보면 어떤 기분일까.
waw@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