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의 명절연휴 스릴러 불패신화가 마침내 깨지는 분위기다. '살인의 추억'과 '추격자' 이후 한국영화계는 스릴러와 액션이 주류를 이뤘고 올 추석에는 원빈의 '아저씨' 이병헌의 '악마를 보았다'에 이어 송승헌의 '무적자'와 설경구의 '해결사'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러나 결과는 엉뚱하게 나오고 있다. 한동안 빛을 못봤던 로맨틱 코미디의 화려한 부활이다. 당초 별다른 화제를 모으지 못했던 로맨틱 코미디 ‘시라노;연애조작단’(이하 '시라노')이 관객 입소문에 힘입어 개봉 5일만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대역전극을 펼쳤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16일 개봉한 ‘시라노’는 20일 하룻동안 10만 3378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일일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누적 관객수는 48만 1548명.

'시라노' 제작사 측은 당장 1위를 했다는 결과보다 개봉 첫 날 송승헌 주진모 이강우 조한선 주연의 액션 대작 ‘무적자’와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 ‘레지던트 이블4:끝나지 않은 전쟁 3D’에 밀려 3위를 기록했다가 대역전에 성공한 사실에 더 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시라노'의 힘은 영화의 높은 완성도와 맛깔진 이야기, 그리고 주조연 배우들의 열연에서 나왔다. 시사회 이후부터 '재밌다' '모처럼 환하게 웃고 나왔다' '뒷 맛이 깔끔하다'는 감상평이 쏟아지면서 영화 배급관계자와 기자들 사이에서 "올 추석 위너는 '시라노'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깔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예상은 현실로 나타났다. 다른 추석 개봉 경쟁작들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관객 평으로 시사회 후 내리막길을 타는 것과 반대로 '시라노'는 개봉 전 3만 관객을 대상으로 유로시사회를 열었던 게 오히려 적중했다.
특히 '시라노'는 로맨틱 코미디의 명가로 불리는 명필름 작품이다. 심재명 제작자는 부침 심한 충무로에서 15년 외길을 걸으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입지전적 인물. 그런 그가 "이제 관객들은 피 튀기는 스릴러에 지칠 때다. TV 드라마와도 경쟁해야되는 로맨틱 코미디가 극장에서 성공하기란 쉽지 않지만 잘 만든 영화는 꼭 성공한다"는 출사표를 던지고 내놓은 게 바로 '시라노'다.
올 추석 '과속 스캔들'의 신화를 '시라노'가 다시 쓸수 있을지에 영화팬들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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