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한참 멀었죠".
강속구를 던지는 파워피칭의 좌완. 이른바 지옥에서라도 데려오라는 그런 투수다. 삼성에도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그런 좌완이 탄생했다. 올해로 5년차가 된 차우찬(23)이 그 주인공이다. 6월 이후에만 놓고 볼 때 올해 좌완 탑3는 류현진(한화) 김광현(SK)과 더불어 차우찬이다. 그러나 차우찬은 그들과 한데 묶이는 것에 대해 어색해 했다. 아직 그들을 따라 잡으려면 한참 멀었다는 이야기다.
▲ 류현진·김광현 대단하다

차우찬은 지난 19일 대구 SK전을 떠올리면서 "(김)광현이 공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양준혁의 은퇴경기였던 이날 선발투수로 나온 차우찬은 7⅓이닝 7피안타 1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그러나 상대 선발이었던 김광현은 7⅔이닝을 4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으며 차우찬을 능가하는 피칭을 펼쳤다. 차우찬은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그날 선취점을 내주는 순간 경기가 어렵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 광현이 볼이 너무 좋아 어쩔 수 없었다. 나도 잘했지만 광현이가 더 잘 던졌다"는 것이 차우찬의 말이다.
차우찬은 김광현에 대해 "광현이는 나처럼 힘으로 던지면서 직구와 슬라이더로 승부하는 타입이다. 하지만 나보다 공이 빠르고, 구위도 더 좋다. 거기에다 공을 놓는 타점까지 높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류현진은 어떨까. 차우찬은 "현진이는 이 모든 걸 갖춘 상태에서 힘을 빼고 던지는 능력까지 있다. 강약조절이 가능하다"며 자신보다 한 수 위라고 인정했다. 차우찬은 "그들을 따라 잡으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차우찬은 규정이닝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2점대(2.2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짠물 피칭을 보이고 있다.
▲ 호투 비결은 자신감
올해 차우찬은 그야말로 각성했다. 지난 2006년 2차 1번에 지명될 정도로 기대를 모은 유망주였지만, 첫 3년간 1승도 올리지 못했으며 6승을 올린 지난해에도 평균자책점은 6점대(6.09)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36경기에서 9승2패2홀드 평균자책점 2.22라는 놀라운 성적을 내고 있다. 선발등판한 15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가 8차례이며 이 가운데 5차례가 7이닝 이상 2자책점 이하였다. 6월을 기점으로 달라졌는데, 6월 이후 25경기에서 8승1패2홀드 평균자책점 2.10이다. 이 기간 동안 선발등판한 12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은
1.57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달라진 비결은 무엇일까. 차우찬은 자신감에서 찾았다. 그 이전 차우찬은 '새가슴'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붙어있었다. 하지만 차우찬이 자신감을 찾은 건 투구 밸런스와 제구력을 찾으면서부터였다. 자신감이라는 것도 무턱 대고 생기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상태가 최상일 때 생길 수 있는 것이었다. 차우찬은 "제구는 가르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직접 깨우쳐야 한다"며 "공을 놓는 포인트가 일정해지면서 투구 밸런스가 안정됐다. 왜 이제야 이것을 알았을까 싶을 정도"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제 위기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주자가 있을 때에도 충분히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예전에는 주자가 나가면 볼넷을 주고 스스로 무너졌는데 이제는 떨지 않고 승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볼에 힘도 있어 장타도 잘 안 맞는다"며 자신의 볼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 더 많이 배우고 싶다
차우찬의 어릴적 롤-모델은 랜디 존슨과 송진우였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현역 은퇴. LG 봉중근은 새롭게 떠오르는 차우찬의 롤-모델이다. "최근 LG 봉중근 선배가 눈에 들어온다. 마운드에서의 카리스마나 파이팅을 닮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팀 선배 장원삼에 대해서도 "마운드에만 올라가면 달라지는 스타일이다. 평소에는 장난치며 웃다가도 마운드에만 올라가면 집중을 잘 하는 스타일이다. 피칭 스타일은 다르지만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룸메이트인 정현욱도 본배우고 싶은 선배다. "겉보기와 다르게 정말 자상하고 유쾌하며 후배들에게 잘 대해준다"는 것이 차우찬의 말이다.
차우찬은 생애 첫 개인 타이틀 수상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현재 9승2패를 마크하고 있는 차우찬은 1승만 더 추가하면 10승으로 승률왕 조건을 채우게 된다. 차우찬은 25~26일 LG와의 잠실 원정경기 중 한 차례 선발등판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차우찬은 승률왕보다 생애 첫 두 자릿수 승수에 더 의미를 뒀다. "승률왕은 정현욱 선배도 있다. 나는 그저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하고 싶다. 10승이라는 의미가 클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이어 차우찬은 파워피칭을 펼치는 좌완 투수답게 "힘닿는 데까지 힘으로 파워피칭으로 승부하고 싶다. 물론 언제까지 이렇게 던질 수 없을 것이고 투구 스타일에도 변화를 줘야 할 때가 오겠지만, 힘이 있을 때 힘으로 승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힘이 넘친다. 류현진과 김광현에 못지않은 초특급 좌완으로 가는 길목에 차우찬이 서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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