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대전구장. 경기 후 한대화 한화 감독은 "어떻게 구속이 147~148km까지 나오냐. 전광판이 잘못된 거 아냐?"라며 농을 던졌다. 이날 롯데를 맞아 데뷔 후 가장 많은 7⅓이닝을 던지며 2실점으로 틀어막은 선발 안승민(19)에 대한 칭찬 아닌 칭찬이었다. 구속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자 안승민은 "스피드가 중요해요? 제구가 중요하지"라며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노련한 신인' 안승민은 한화가 후반기 얻은 수확 중 하나다. 공주고를 졸업하고 3라운드 전체 20순위로 한화에 지명돼 계약금 1억 원을 받고 입단한 안승민은 올 시즌 대부분을 1군에서 보내며 경험을 쌓고 있다. 시즌 24경기에서 3승4패 평균자책점 5.63을 기록 중이다. 시즌 초에는 불펜으로 기용되다 막판부터 선발로도 테스트받고 있다. 그만큼 가능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투수 자원이 부족한 한화로서는 안승민의 성장이 중요해졌다.
안승민은 "감독님이나 코치님 모두 과감하게 정면승부하는 걸 강조하신다. 상대가 이대호라도 물러서지 않고 정면승부하겠다"고 말했다. 안승민은 56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넷이 14개밖에 되지 않는다. 9이닝당 볼넷이 단 2.25개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시원시원하게 승부하는 스타일. 롯데전을 마친 후에도 "마운드에서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고 내 스타일대로 정면승부했다. 앞으로도 피하지 않고 씩씩하게 던지겠다"고 했다.

코칭스태프에서도 기대가 크다. 한대화 감독은 "우리 투수들은 마음이 너무 약하다. 투수는 자고로 배짱이 좋아야 하는데"라면서도 "그나마 안승민이 신인치고는 노련함이 있다. 마운드에서 여유와 배짱이 있다. 잘만 키우면 내년에 선발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성준 투수코치도 "마운드에서 여유를 갖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가르친다고 되는 게 아니다"며 안승민의 타고난 노련함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안승민은 "방송 인터뷰는 정말 못하겠다"며 나이에 어울리게 노련하지 못한 모습도 보인다. 팀의 막내인 그는 "선배들이 다들 잘해주신다. 아마추어도 아니고 프로 아닌가"라며 웃어보였다. 또한, 조숙한 외모로 관심을 모은 것에 대해서도 "안경 때문에 그런 것이다. 하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야구만 잘하면 된다"며 베테랑같은 답변을 내놓았다. 성준 코치는 "변화구의 완성도를 높인다면 더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노련한 신인' 안승민의 2년차 시즌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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