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와 가수 사이 영역 구분이 없어진지 오래다. 가수로 데뷔했지만 앨범 한 장 내고 연기자로 데뷔하거나, 가수 활동보다 연기에 목숨을 거는 케이스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분명 본업은 가수인데 어찌 음악 프로그램 보다 드라마에서 더 자주 보인다. 이들을 칭하는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말이 있지만 전문성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노래도 별로, 연기도 그저 그런 연기돌 혹은 가수 출신 연기자들이 널린 요즘이다.
물론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곧잘 하는 이들도 있다. 현재 방송 3사에서 방영 중이거나 방영을 준비 중인 드라마들을 살펴보면 출연진 절반이 배우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BS 월화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믹키유천(동방신기)이나 SBS 수목드라마 '내 여자 친구는 구미호'의 이승기, MBC 수목드라마 '장난스런 키스'의 김현중, 오는 29일 첫방을 앞둔 KBS 새 수목극 '도망자'의 정지훈(비)도 마찬가지다.

이 밖에도 '바람 불어 좋은 날' 후속으로 준비 중인 KBS 새 일일연속극 '웃어도 좋습니까' 역시 알렉스(클래지콰이), 박정아(前 쥬얼리) 주연(애프터스쿨) 등이 포진해있고 KBS 청소년 드라마 '정글피쉬' 역시 지연(티아라) 이준(엠블랙)이 주연급으로 출연한다. SBS '나는 전설이다' 후속 '닥터 챔프'에서는 신동(슈퍼주니어)의 연기도 볼 수 있다. 또 현재 한창 촬영 중인 송지나 작가의 신작 '왓츠업'에는 대성(빅뱅)이 주연으로 나선다.
여기에 골프 드라마 '버디버디'의 유이(애프터스쿨), SBS '내 여자 친구는 구미호'의 효민(티아라), 종영한 SBS '커피하우스'의 은정(티아라), KBS '신데렐라 언니'... 주연, 조연 다 합쳐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아이돌 혹은 가수 겸업 연기자들이 브라운관을 점령했다.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갈수록 심화되는 이 현상은 연예계에 영역 파괴가 일어나고 다양한 엔터테이너들을 발굴한다는 점에서 어쩌면 긍정적인 일이다. 반면 검증되지 않거나 훈련 받지 않은 이들의 무분별한 도전이 콘텐츠(드라마)의 질을 떨어뜨리거나 오히려 전업 배우들의 밥그릇을 빼앗는 꼴을 낳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나마 비(정지훈)나 이승기의 경우 가수 활동과 함께 연기자로도 성공적으로 안착한 케이스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결코 흔하지 않은 성공 케이스를 노리며 무분별한 도전을 감행하는 것은 결국 본인에게 가장 큰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가수와 배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은 욕심과 혈기는 이해한다. 하지만 현명한 판단과 철저한 준비가 따르지 않은 도전은 위험천만하다.
issu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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