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는 '희생'의 자리다. 투수가 잘 던지면 그에게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양보해야 하고 못 던지면 함께 비난의 화살과 질책을 받는다. 그 삶을 프로 무대에서 20년 간 이어온 베테랑 박경완(39. SK 와이번스)이 팀의 페넌트레이스 제패를 이끌었다.
박경완은 22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두산 베어스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 8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장해 6회 1사 1,2루에서 결승점이 된 1타점 좌전 안타를 때려냈다. 박경완의 천금같은 결승타에 힘입어 SK는 10-4로 승리, 지난해 KIA에 내줬던 페넌트레이스 우승 깃발을 다시 찾았다.

지난해 경기 도중 아킬레스건 부상을 입는 바람에 시즌 아웃되어 후배들의 분투를 그라운드 밖에서 지켜봐야 했던 박경완.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에 연습생으로 입단한 뒤 현대를 거쳐 SK에 둥지를 틀면서 국내 최고 포수 반열에 오른 그는 현재 많은 부상을 안고 경기 출장을 감행하고 있다.
고질적인 양 발목 통증을 안고도 경기에 뛰는 동시에 광저우 아시안게임까지 앞두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도 잘 알려졌다. 지난해 팀 최다연승 행진의 주역이 된 정상호가 백업으로 버티고있으나 그래도 아직까지 안정감에 있어서는 박경완이 앞서있다는 것은 김성근 감독도 인정하는 사실. 그래서 박경완은 올 시즌 풀타임 출장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발목 통증이 워낙 극심한 만큼 땅볼을 때려낸 후 천천히 걷는 듯이 1루로 향하는 모습에도 그를 질책하는 사람은 없다. 시즌을 치르며 승리 계투진의 난조 현상도 보였으나 그는 후배들을 다독이는 일부터 먼저 생각했다.
"한 시즌을 치르다보면 승리 계투진이 전체적으로 흔들리는 것은 어디에나 있는 일이다. 언젠가 투수들의 구위는 올라올 것이다". 좋은 투수는 기를 살려줬고 아쉬운 투수에게는 여전한 기대감을 비춘 박경완의 한 마디다.
이제는 그에게 전성 시절처럼 '한 시즌 40홈런'이나 '20홈런-20도루'를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박경완은 선수로서 '노구'에도 불구, 필요한 순간 적시타를 작렬하며 우승 확정의 길을 만들었다. 더블헤더 1차전은 왜 그가 좋은 선수인지 다시 한 번 알 수 있게 해준 경기였다.
farinelli@osen.co.kr
<사진>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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