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화, 8이닝 142개 투구 3가지 의미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0.09.23 08: 08

LG 트윈스 좌완 '미완의 기대주' 서승화(31)가 2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 등판해 8이닝 동안 142개의 공을 던지며 완투패를 기록했다. 8이닝 동안 8피안타 9사사구 6탈삼진 6실점(6자책)으로 패전 투수가 됐지만 데뷔 첫 완투를 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시즌 초부터 박종훈 감독은 서승화에게 큰 기대를 가지며 많은 애정을 쏟았다. 물론 전반기를 마칠 즈음 한차례 탈도 있엇지만, 박 감독은 여전히 서승화의 가능성을 높게 내다봤다.
올해로 프로 9년차인 서승화는 올 시즌 12경기에 등판해 1승5패 평균자책점 6.75를 기록했다. 지난 5월 21일 잠실 두산전에서 데뷔 첫 선발승을 거두며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후 주어진 선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렇듯 한 눈에 보기에도 서승화는 어느 면에서도 확실히 좋다고 보기 힘든 성적이다. 이로 인해서 많은 이들은 왜 서승화가 142개의 공을 던지며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마운드에서 공을 뿌렸는지 의아해 하고 있다.
 
박종훈 감독은 '서승화의 8이닝 142구 완투'에 대해서 3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투구 밸런스를 잡아라
박종훈 감독은 서승화에게 실제 경기에서 많은 공을 던지면서 투구 밸런스를 스스로 찾으라는 주문이었다.
서승화는 150km에 가까운 빠른 볼을 뿌리는 좌완 강속구투수다. 그러나 투수로서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다. 특히 와인드업 시 몸의 중심을 바로 잡은 상태에서 공을 뿌리는 동작과 오른 발을 완전히 내딛고 공을 던지는 딜리버리 동작이 미흡하다.
지난 15일 1군에 복귀한 서승화는 불펜 피칭을 실시했다. 오랜만에 서승화의 투구폼을 지켜본 박종훈 감독은 깜짝 놀랐다. 잠시 안본 사이 서승화의 투구 매커니즘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박 감독과 서승화는 10여분 동안 어떻게 하다 투구폼이 바뀌게 됐는지 대화를 한 뒤 예전의 투구폼으로 던지기로 했다.
이날 박 감독은 "(서)승화는 공을 충분히 끌고 나와서 오른 발을 지면에 정지시킨 뒤 공을 뿌려야 하는데 발을 닿기도 전에 공을 던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며 이럴 경우 공 끝의 위력도 없을 뿐더러 제구력도 흔들리는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서승화도 박 감독의 지적에 수긍했다. 그러나 이 폼으로 공을 던질 경우 하체를 많이 이용해야 하고, 여전히 몸에 익혀지지 않은 투구폼이기 때문에 서승화는 힘들어했다. 하지만 박 감독은 불펜 피칭을 하는 서승화를 위해 비디오 촬영까지 했다. 그리고 나서 운동을 마치고 전력 분석실에서 함께 비디오를 보면서 폼을 수정했다.
▲스스로 한계를 극복하라
서승화는 유망주라는 소리만 벌써 9년째다. 박종훈 감독은 항상 서승화에게 "너는 오른쪽 발을 지면에 충분히 딛고 나서 공을 던지면 최고의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라고 질책과 격려를 한다.
서승화는 최고 구속 150km까지 나오는 직구와 각도 큰 슬라이더를 구사한다. 여기에 체인지업도 던진다. 어떤 감독이라도 쉽게 포기하기 힘든 카드다. 이순철, 김재박 등 전 LG 감독들 모두 서승화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박종훈 감독의 애정
전반기 마칠 즈음 문제가 생겼다. 서승화가 전반기를 마치는 시점에서 개인 홈페이지에 "야구를 그만두겠다"는 글을 남겨 물의를 일으켰다. 이후 퓨처스(2군)에 내려가 훈련을 하다 16일자로 1군 엔트리에 복귀했다. 그러나 사건 직후 박 감독은 마음으로 서승화를 품었고, 서승화는 고개를 숙여 박 감독에게 사죄했다.
박 감독은 유독 서승화에게 말이 더 많다. 시즌 전부터 박 감독이 직접 나서서 가장 공을 들인 투수 중 한 명이 서승화다. 불펜 투구 때마다 항상 곁에서 관심있게 지켜보며 계속해서 주문을 한다. 보통 애정 없이는 힘든 일이다.
142개를 던지며 완투패를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서승화는 22일자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부상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잔여 경기에서 더이상 등판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서승화는 몸은 충분히 건강한 만큼 마무리 훈련과 스프링 캠프에서 투구 밸런스, 즉 오른쪽 발을 완전히 내딛고 공을 뿌리는 동작만 몸에 익힌다면 내년 시즌 LG 마운드의 희망이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것이 박 감독이 서승화를 품고, 질책하고, 애정을 쏟는 이유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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