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타자를 '해결사'라고 부른다. 팀이 승패의 갈림길에 있을 때 중요한 한 방을 치며 개인 뿐 아니라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SK 와이번스 4번타자 이호준(34)은 올 시즌 팀이 가장 승리에 목말라 있는 중요한 순간에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팀을 살렸을 뿐 아니라 '야신' 김성근 감독의 '자격지심'마저 일깨웠다.
22일 잠실 두산전을 통해 정규시즌 1위를 확정지은 SK 김성근 감독과 이호준. 23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소를 지으며 올 시즌을 되돌아봤다.

▲이호준-김성근 감독이 꼽은 똑같은 위기 순간
SK가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하는데 가장 큰 고비로 이호준과 김성근 감독은 지난 14,15일 사직 롯데 2연패를 꼬집었다.
김 감독은 "올해는 고비가 많았다. 8월과 9월이 힘들었다. 특히 사직에서 롯데에 2연패 했을 때 가장 힘들었다"고 말한 뒤 "차 안에서 물도 마시지 않았다. 차에서 내가 감독 자격이 있나 싶었다. 투수를 너무 일찍 교체한 것이 패인이었다"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이호준도 "롯데전 2연패를 하면서 이러다 팀이 2위로 떨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오히려 2위가 되면 플레이오프에서 몸 풀고 한국시리즈 가면 되는 거지라는 마음까지 먹게 됐다"고 회상했다.

▲김성근 감독 자격지심을 깨운 홈런포
지난 19일 대구 삼성전은 이호준과 김성근 감독에게는 올 시즌 잊을 수 없는 경기다. 이호준은 이날 팀이 1-0으로 불안한 리드를 하던 8회초 승부를 결정지은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김성근 감독은 "삼성전에서 이호준의 투런 홈런이 우리가 우승을 하는데 컸다"고 말했다. 이날 SK는 삼성과 맞대결을 통해 우승에 필요한 수치인 매직넘버를 '4'에서 '1'로 떨어뜨렸다. 올 시즌 어떤 경기보다도 우승을 확정 짓는데 결정적인 경기였다.
이호준도 "올 시즌 삼성과 홈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4번타자로서 높은 연봉을 받고 있는데 시즌 내내 부상으로 제 몫을 하지 못해 아쉬웠다"며 "이날 홈런 뒤 동료들이 연봉 5억 역할을 이 경기를 통해서 충분히 했다고 말해 기분이 머쓱하기도 했지만 팀 우승에 큰 기여를 했다는데 기뻤다"고 밝혔다.
김성근 감독은 올 시즌 4번타자에 대한 고민이 깊은 한 해를 보냈다. 예상했던 이호준이 부상으로 4번타자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며 매 경기 박정권, 박경완 등 여러 선수들을 기용했다.
김 감독도 "올 시즌 4번타자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호준이 8월부터 정상적인 컨디션을 되찾으며 4번 자리에 복귀했다. 덕분에 팀 타선은 축이 설 수 있었다.
이호준은 "힘들게 정규시즌 1위를 차지했지만 우리는 남들보다 2배로 훈련했다. 남들 쉴 때 쉬지도 않았는데 우승 못하면 바보"라며 "노력한 만큼 받은 대가"라고 말하며 어느 때보다 홀가분한 마음을 내비쳤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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