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데뷔 첫 해. 당당히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넥센 소방수 손승락(28)이 데뷔 후 처음으로 개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마무리 데뷔 첫 해 당당히 구원왕에 오른 것이다. 이와 함께 지난 2008년 창단한 넥센도 창단 3년 만에 처음으로 타이틀 홀더를 배출해냈다. 선수 개인에게도, 구단에게도 그야말로 경사가 따로없다.

손승락은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0 CJ마구마구 프로야구 두산과의 원정경기에서 6-3으로 앞선 8회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6번째 투수로 등판,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26세이브째를 따냈다. 첫 타자 김동주를 147km 직구로 삼진잡는 등 4타자 연속 삼진 처리하며 막강한 구위를 과시했다. 경기 전까지 잔여경기 출장정지를 당한 이용찬(두산)과 25세이브로 공동 1위였지만 공동 꼬리표를 떼고 남은 경기에 관계없이 구원왕을 확정지었다.
대구고-영남대를 졸업하고 지난 2005년 현대에 입단한 손승락은 데뷔 첫 2년간 주로 선발투수로 뛰며 11승을 건졌다. 그러나 이후 부상과 군입대로 그만 잊혀진 선수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경찰청에서 2년간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10년. 김시진 감독으로부터 마무리라는 중책을 맡으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140km 후반대 강속구를 앞세운 두려움없는 정면승부로 타자들을 돌려세우며 '위력적인 마무리'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손승락은 블론세이브가 2개밖에 되지 않는다. 세이브성공률이 무려 92.9%. 역시 올 시즌 전체 1위. 게다가 동점 및 역전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등판해 거둔 터프세이브가 5개로 역시 리그에서 가장 많으며 1점차 긴박한 상황에서 올라와 따낸 세이브도 12개나 된다. 세이브의 순도가 대단히 높다. 평균자책점은 2점대(2.47)이며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0점대(0.95)다. 62이닝 동안 62탈삼진으로 9이닝당 탈삼진도 9개에 달하며 9이닝당 볼넷은 2.17개밖에 되지 않는다. 모든 면에서 손승락은 2010년 최고의 마무리투수였다.
손승락의 구원왕 등극이 더욱 빛나는 것은 소속팀 넥센이 올 시즌 겨우 7위에 그친 하위팀이라는 점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하위팀에서는 마무리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손승락은 적지 않은 기회 속에서도 세이브 찬스 때마다 깔끔하게 마무리하며 구원왕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땄다. 참고로 8개 구단 체제 이후 포스트시즌 탈락팀에서 구원왕이 나온 건 1991년 쌍방울 조규제 이후 무려 19년 만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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