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의 빅5' 파워 두산에 있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0.09.25 07: 40

올해 LG의 외야진은 이른바 '빅5'로 통용됐다. 큰 이병규-박용택-이진영-이택근-이대형으로 이어지는 외야 라인은 화려했다. 그러나 LG의 빅5는 동시폭발하지 못하며 기대에 못 미쳤다. 오히려 두산에서 강력한 빅5가 탄생했다. 김현수(22)-김동주(34)-최준석(27)-이성열(26)-양의지(23)로 이어지는 파워 빅5는 프로야구 최초로 토종 선수 5명으로 한 시즌 20홈런 이상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두산의 한 시즌 5명 20홈런 달성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며 토종 선수들로 작성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 외국인타자가 없다
한 시즌 5명의 타자가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건 2010년 두산 이전 3차례 있었다. 가장 먼저 타고투저가 극에 달했던 1999년 해태에서 트레이시 샌더스(40개)-홍현우(34개)-양준혁(32개)-장성호(24개)-윌리엄 브릭스(23개)가 한 시즌 5명 20홈런 기록을 세웠고, 2000년 한화에서는 송지만(32개)-댄 로마이어(29개)-장종훈(28개)-이영우(25개)-제이 데이비스(22개)가 합작했다. 그러나 두 팀 모두 외국인 타자들이 2명씩 포함돼 있는 데다 극심한 타고투저 시즌에 나온 기록들이었다.

2003년 삼성에서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세운 이승엽(56개)을 필두로 마해영(38개)-양준혁(33개)-진갑용(21개)-틸슨 브리또(20개)까지 5명이 한 시즌 20홈런을 이루어냈지만, 역시 외국인 타자 브리또가 한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 두산은 외국인 타자 하나없이 기록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값어치가 매우 크다. 특히 김동주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의 타자는 20대로 한창 젊은 거포들이다. 최준석의 군문제가 걸림돌이지만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 잠실구장이 홈이다
1999년 당시 해태가 썼던 광주구장은 지금처럼 그린몬스터가 있지도 않았고, 홈에서 펜스까지의 길이도 짧았다. 2000년 한화의 대전구장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으며 2003년 대구구장도 지금보다 펜스길이가 훨씬 짧았다. 통계적으로 분석하면 웬만한 홈런은 모든 구장을 넘어가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구장에 따라 투수들이 느낄 위압감이나 타자들이 체감하는 거리를 고려하면 결코 무시할 수만은 없다. 그런 면에서 두산의 한 시즌 20홈런은 국내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며 달성했다는 점에서 더욱 돋보인다.
두산의 파워 빅5가 올해 합작한 홈런 갯수는 총 110개. 이 가운데 잠실구장에서 기록한 것이 절반에 가까운 53개나 된다. 특히 김현수는 홈런 24개 중 무려 15개를 잠실구장에 때려냈다. 리그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많은 잠실구장 홈런이다. 최준석도 22홈런 중 13개를 잠실구장에서 쳤고, 역대 잠실구장 최다홈런(116개)을 보유하고 있는 김동주는 올해도 10개를 잠실구장에서 넘겼다. 이성열(8개)과 양의지(7개)도 잠실구장에서 상당수 홈런 아치를 그렸다.
▲ 두산의 파워 빅5
두산의 파워 빅5는 타율 2할9푼3리 110홈런 392타점을 합작했다. KIA(106개) 한화(101개) 넥센(87개) 팀 전체가 기록한 팀 홈런보다도 많은 숫자. 출루율 0.384, 장타율 0.512로 둘을 합한 OPS는 0.896에 달했다. 특히 5명의 선수가 합작한 결승타가 46개로 팀이 기록한 73승 중 63.0%를 차지한다. 게다가 5명의 선수들이 결장한 경기수는 40경기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경기출장이라는 기본에서도 떨어지지 않았다. 내구성과 꾸준함이라는 덕목까지 더해진 것이다. 올해 두산은 기동력보다는 파워가 훨씬 강했고 이들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두산의 파워 빅5가 더 돋보이는 이유는 예상 외 전력에서 튀어나왔다는 점이다. 김현수와 김동주는 변함없이 자신들의 몫을 해줬다. 김현수의 경우에는 정상급 성적을 내고도 부진하다는 평가에 시달릴 정도. 김동주는 언제나처럼 4번 타순에서 중심을 잡았다. 최준석은 지명타자가 보여줘야 할 묵직함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유망주로 불렸으나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했던 이성열은 김경문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마침내 눈을 떴다. 무명 양의지는 포수사관학교 두산의 새로운 장학생으로 떠올랐다. 김현수-김동주-최준석-이성열-양의지로 이어지는 파워 빅5는 포스트시즌에서도 상대의 숨통을 조이기에 충분하다.
waw@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