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범, "마무리 전향에 저도 살고 팀도 살았죠"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0.09.25 07: 36

"마무리로 전향한 덕분에 저도 살고 팀도 살았죠".
전화위복이란 화가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다는 뜻이다. 즉, 궂은 일을 당했을 때, 그것을 잘 감당하면 도리어 좋은 일이 되는 것을 가리킨다. 아마도 올 시즌 야구판에서는 SK 와이번스 마무리 투수 송은범(26)에게 꼭 맞는 말일 듯 싶다.
송은범은 올 시즌 44경기에 등판해 8승5패 4홀드 8세이브 평균자책점 2.30을 기록 중이다. 시즌 초 선발 투수 보직을 맡았으나 거듭된 부진 때문에 6월부터 선발과 중간을 병행하다 7월 말부터는 어엿한 마무리로 맹활약 중이다.

어떻게 보면 선발 투수로서 제 몫을 못해서 중간으로 강등됐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강등된 곳에서 제 역할을 충실해 해내며 팀을 정규시즌 1위에 올려 놓았을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는 2010광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에 뽑혀 금메달을 딸 경우 군면제 혜택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24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LG전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송은범도 "불펜과 마무리 투수를 하면서 팀도 정규시즌 1위를 했고, 나 역시 아시안게임 대표도 뽑혔다"고 말했다. SK 김성근 감독도 "송은범이 불펜으로 간 것이 팀과 본인이 산 계기"라고 평가했다.
▲중간으로 갈 지 스프링캠프 때부터 짐작
송은범은 "사실 지난 겨울 스프링 캠프 때부터 내가 중간 계투로 갈 수도 있겠다고 어느 정도 직감을 하고 있었다"고 말해 다들 놀라게 했다. SK는 지난해까지 선발과 불펜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우완 정통파 투수 2명을 올 시즌 볼 수 없다. 채병용과 윤길현이 지난 시즌을 마치고 군에 입대했기 때문이다.
송은범도 "우리 팀에 우완 불펜 투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어쩌면 중간으로 갈 수도 있겠다 싶었다"고 말한 뒤 "시즌 초 선발로 등판해 내 공을 던지지 못해서 정말 스트레스가 심했고 떨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 순간에 정말로 갔다"며 직감처럼 선발이 안 되자 정말로 불펜으로 이동했다.
신기하게도 송은범은 선발투수로서 감도 갑자기 잃어버렸다. 송은범은 "나도 모르게 선발 감각을 없어졌다"고 말했다. 선발투수로서 완급조절과 상대 타자 분석은 필수다. 몇 년을 그렇게 해왔는데 어느 순간부터 전 타석에서 타자에게 어떤 공을 던졌는지, 이때 타자의 성향은 어땠는지 등을 파악하는 감각을 잃어버린 것이다.
▲첫 공, 첫 타자가 중요하다
송은범은 지난 6월 6일 잠실 LG전에서 시즌 첫 세이브를 기록했다. 4일 전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125개를 던지고 3일 휴식 후 갑작스럽게 마운드에 올라 정신이 없었다. 그는 "약간은 부담스러웠다"고 말했지만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마무리 투수로 성공적으로 전환했다.
이날 경기 후 송은범은 큰 깨우침이 있었다. 그는 "마무리 투수는 마운드 올라 첫 공, 첫 타자 승부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첫 공을 던져보면 아, 오늘 됐다, 안됐다 컨디션이 어떨지 감이 왔다"고 설명했다.
처음엔 불펜도 힘들었다. 매일 경기 중 불펜에서 대기를 해야 했다. 그러나 불펜 생활에 적응이 되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그는 "선발은 긴 이닝을 생각하면서 던져야 하지만 중간에 나와서는 나오는 모든 타자를 잡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임하니까 잘 던져졌다"고 말했다.
선발 아쉬움에 대해서 묻자 "내가 못해서 중간으로 내려간 것이다. 선발이랑 중간을 왔다 갔다 할 때는 정말 힘들어서 차라리 중간에 고정시켜주면 더 잘 던지겠다고 코치님께도 말했다. 이제는 마무리가 가장 편하다"고 제법 의젓한 모습까지 보였다.
김성근 감독이 한국시리즈에서 마무리로 쓸 것이라고 말했다고 하자 "글쎄요. 그거 아시잖아요. 김성근 감독님 말씀은 절대로 믿어서는 안된다는 말만 믿으라는 거"라고 말하며 "마무리가 됐든, 선발이 됐든, 중간이 됐든, 나가라고 하시는 때 나가겠다"며 한국시리즈 필승을 다짐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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