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한판이었다.
SK '큰 에이스' 김광현(22)이 탈삼진 뒤집기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단독 다승왕 굳히기에도 실패했다. 김광현은 25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0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한화와의 홈경기에서 7이닝 9피안타 2볼넷 5탈삼진 4실점으로 시즌 7패(17승)째를 떠안았다. 탈삼진 183개로 류현진(187개)을 끝내 추월하지 못했고, 26일 KIA 양현종의 등판 결과에 따라 단독 다승왕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김광현으로서는 불운을 탓할만도 하다. 이날 김광현은 6회까지 탈삼진 5개를 잡으며 무실점으로 한화 타선을 효과적으로 틀어막았다. 최고 149km 직구로 한화 타자들을 힘으로 윽박질렀다. 그러나 6회까지 SK 타선은 고작 1점을 뽑는데 그쳤다. 5회 1사까지 한화 선발 장민제에게 막혀 노히트로 끌려다닐 정도였다. 고졸 2년차 장민제는 이날 경기가 데뷔 첫 선발등판이었다. 쉬운 승부가 될 것으로 기대했으니 의외라 할만했다.

이날 경기 포함 올해 31경기에 선발등판한 김광현은 9이닝당 평균 득점지원이 4.83점밖에 되지 않는다. 2차례 두 자릿수 이상 득점의 지원을 제외하면 그 수치는 더 내려간다. 특히 이날 경기처럼 1득점 이하로 지원받은 경기가 15차례나 된다. 심지어 무득점 지원 경기도 무려 9차례 있었다. 2득점 이하로 범위를 넓히면 18경기가 된다. 선발등판의 절반 이상을 1실점 이하로 막아야 승리가 가능한 힘든 여건에서도 김광현은 17승이나 수확했다. 실제로 퀄리티 스타트를 하고도 승리를 하지 못한 경우가 8차례나 된다. 류현진도 9이닝당 득점지원이 평균 4.11점에 그쳤으며 8차례나 퀄리티 스타트를 하고도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두 투수는 불운마저도 닮은 것이다.
김광현은 올 시즌 최종성적은 17승7패 평균자책점 2.37 탈삼진 183개. 다승은 1위를 확보했고, 평균자책점과 탈삼진에서 모두 2위에 올랐다. 특히 투구이닝이 193⅔이닝으로 류현진(192⅔이닝)을 넘었다. 퀄리티 스타트도 20차례로 류현진(23회) 다음으로 많다. 대다수 부문에서 류현진의 바로 뒤를 쫓았다. 류현진의 괴물 같은 페이스만 아니었다면 올해 마운드는 김광현의 것이 될 수도 있었다.
극심한 불운 속에서도 당당히 에이스의 위용을 과시한 김광현의 2010시즌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빛난다. 특히 지난 2008년(2.39)부터 2009년(2.80)에 이어 올해까지 3년 연속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화려함 못지않은 꾸준함을 증명했다. 규정이닝을 채우며 3년 연속 2점대 평균자책점을 마크한 건 류현진도 해내지 못한 위업이다. 2000년 이후 3년 연속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는 삼성 배영수(2004~2006)밖에 없다. 역대를 통틀어서도 좌완 투수가 3년 연속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것은 김일융(1984~86) 송진우(1989~91) 이후 세 번째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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