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처럼 기복이 심하다는 평가를 받는 투수가 있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처럼 꾸준한 투수도 없다.
기복과 꾸준함이라는 상충 속에 자리하고 있는 투수. 바로 롯데 '좌완 에이스' 장원준(25)이다. 장원준은 올해 26경기에서 12승6패 평균자책점 4.43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7월 중순 허리 부상으로 한 달 가까이 공백기를 가진 것을 감안하면 괜찮은 성적이다. 그러나 좌완들이 득세하고 있는 요즘 같은 시대에 장원준은 상대적으로 묻히고 있는 게 사실. 하지만 장원준은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팀 롯데의 당당한 좌완 에이스로 준플레이오프를 준비하고 있다.
▲ 꾸준한 투수

지난 2004년 고졸신인으로 데뷔한 장원준은 올해까지 통산 202경기에서 60승62패 평균자책점 4.31을 기록 중이다. 990⅓이닝을 소화하며 탈삼진 671개를 잡았다. 2005년 이후 올해까지 6년 연속으로 100이닝 이상 던졌으며 2006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으로 세 자릿수 탈삼진도 잡았다. 5년 연속 세 자릿수 탈삼진은 역대 11번째 기록. 지난 2008년부터는 매년 12승 이상씩 꼬박꼬박 거둬들이고 있다. 올해 허리 부상으로 한 달 가까이 공백기를 가진 것을 제외하면 부상도 거의 없었다. 게다가 그는 이제 1985년생으로 우리나이 26세에 불과하다.
2006년 이후 최근 5년간 류현진 다음으로 많은 승수(52승)와 투구이닝(798⅓)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에서 장원준의 꾸준함이 잘 드러난다. 이에 대해 장원준은 "기회가 많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신인 때와 2년차 시절 잠깐잠깐 2군에 내려간 걸 빼면 거의 1군에 있었다. 기회가 많이 주어지면 여유가 생긴다. 여유가 생기면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 또한 느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원준은 종종 제구난조로 조기강판되는 모습을 보여 기복이 심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하지만 7이닝 이상 2자책점 이하 경기가 8차례로 류현진(18회)-김광현(9회) 다음이라는 점은 그가 정상 컨디션일 때 얼마나 무서운 투수인지를 잘 보여준다.
▲ 아쉬운 한 해
장원준은 올 한해를 되돌아보며 "아직 포스트시즌이 있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아쉬워했던 건 예기치 못한 허리 부상과 함께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탈락이었다. "허리 부상도 아쉽지만 아시안게임에서 탈락한 것도 많이 아쉬웠다. 신경쓰지 않으려 해도 자꾸 신경이 쓰였다"는 것이 장원준의 말이다. 류현진(한화) 김광현(SK) 양현종(KIA) 봉중근(LG) 등 특급좌완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는 상황에서 장원준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좁았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도 마찬가지로 이유로 대표팀에서 탈락했다.
아직 군미필인 장원준으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그간 보이지 않게 마음의 짐도 컸다. 장원준은 "아시안게임 대표멤버가 발표된 이후에는 잘 풀리더라"며 웃어보였다. 지난 6일 아시안게임 대표팀 최종멤버 발표 이후 2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0.60으로 위력을 떨쳤다. 마음을 비우자 예의 위력적인 피칭이 되살아났다. 이에 누구보다도 반가운 사람이 바로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장원준이 부진을 극복해 다행이다. 포스트시즌 선발투수로 던질만한 기량을 되찾았다"며 반색했다. 이제 그의 시선은 포스트시즌을 향해 있다.
▲ PS 삼세번 도전
장원준은 가을잔치에 대해 좋은 기억이 없다. 첫 가을잔치였던 지난 2008년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4이닝 3피안타 5볼넷 2실점의 기대에 못 미치는 피칭으로 연패에 빠졌던 팀을 구하지 못했다. 지난해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4⅓이닝 7피안타 2볼넷 5실점으로 무너지며 선발패를 떠안았다. 장원준은 "포스트시즌에서 잘한 기억이 없다. 특히 지난해에는 1차전에서 이기고, 팀 분위기도 좋은 상황이었는데 내가 경기를 망쳤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올해는 쉽게 물러서지 않을 각오. "삼세번이라는 심정으로 도전한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장원준은 "두 번 실패했기 때문에 삼세번이라는 마음으로 도전하겠다"고 자신했다. 준플레이오프 맞상대인 두산전에서 4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8.85로 좋지 않지만 장원준의 각오는 남다르다. "올해 두산전에 약했지만 단기전에서는 시즌 성적이 의미가 없다. 또 다른 승부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나 때문에 지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장원준의 말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장원준을 3차전 선발투수로 고려하고 있다. 현재 1선발을 놓고 라이언 사도스키와 송승준이 다투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장원준은 부산 홈팬들 앞에서 처음으로 가을을 맞이한다. 그는 "올해 홈경기 승률이 좋지 않았는데 포스트시즌에서 꼭 만회하겠다"며 삼세번의 필승 의지를 보였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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