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점 대 평균 자책점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분명 의미있는 한 해다. '써니' 김선우(33. 두산 베어스)가 가을 잔치에서 팀 국내 투수진 맏형 노릇을 확실히 할 태세다.
올 시즌 팀의 3선발로 시즌 테이프를 끊었던 김선우는 13승 6패 평균 자책점 4.02(26일 현재)를 기록하며 최근 3년 간 가장 안정된 활약을 펼쳤다. 시즌 전 개인 최소 목표치로 삼았던 3점 대 평균 자책점에는 실패했으나 팀 내 투수들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154⅔이닝)하며 이름값을 했다.

후반기 무릎 통증으로 인해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기도 했으나 그는 올 시즌 단 한 차례의 1군 엔트리 말소 없이 선수단을 지켰다. 김경문 감독 또한 김선우에 대해 "부진한 경기가 몇 번 있었어도 다른 경기에서 제 몫을 충실히 해줬지 않은가. 충분히 잘 하고 있다"라며 믿음을 비췄다.
지난 2년 간 17승에 평균 자책점 4.76에 그치며 에이스라는 기대치에 어긋났던 김선우는 시즌이 끝난 후 매번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던 것이 사실. 첫 해 어깨 부상, 이듬해 경기 중 타구에 맞아 정강이에 심한 타박상을 입는 등 제 경기력을 펼치기 어려웠던 이유도 있었으나 그는 "내 탓이다. 내가 제대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면 실망스러운 평가도 없었을 것"이라며 아픔을 감내했다.
특히 지난해 말 잠시 감독의 신임을 잃기도 했던 김선우였음을 감안하면 올 시즌은 '권토중래'에 성공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해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였던 9월 25일 문학 SK전서 5이닝 7실점으로 무너졌던 김선우는 이 경기로 인해 포스트시즌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금민철(넥센)에게 내주고 말았다. 개인적으로 큰 충격에 빠졌던 그는 이후 특유의 빠른 투구패턴을 버리기로 다짐한 바 있다.
"이제는 나 자신을 앞세우지 않고 팀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겠다. 그동안 빠른 대결을 선호한 탓에 변화구가 필요할 때 직구를 구사했었는데 2010년에는 변화구도 가미해 타자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투수가 되겠다".
그리고 올 시즌 김선우는 한결 나아진 투구로 팀의 기대치에 부응하는 투수로 변했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 16회로 팀 내 최다인 동시에 8개 구단 전체 투수들 가운데에도 4위에 해당한다. 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률(WHIP)도 1.38(전체 11위)로 선발투수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다.
첫 2시즌을 마친 뒤 매번 "내 탓이다"라며 고개를 떨궜던 김선우는 이제 긍정적인 투수로 변했다. 3점 대 평균 자책점이라는 1차 목표는 사라졌지만 그는 "한 번 해보겠다. 팬들이 응원해주시는 만큼 그 기대치에 부응하는 투수가 되겠다"라며 투지를 불태웠다. 긍정적 사고로 세 번째 포스트시즌을 맞는 김선우가 어떤 활약을 펼칠 것인지 자못 궁금해진다.
farinelli@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