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 연휴에 엄태웅이 활짝 웃고 있다. MBC '선덕여왕' 김유신 역으로 당시 드라마 전체 시청률 1위를 달릴 때보다 더 흐뭇한 미소다. 왜 그럴까.
그동안 다소 소강상태였던 스크린 시장에서 엄태웅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주연으로 나선 로맨틱 코미디 '시라노 연애조작단'은 이번 연휴동안 한국영화 대작 '무적자'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레지던트 이블 4' 등을 제치고 단독 선두로 나섰다.
영화위원회집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개봉한 '시라노'는 25일까지 누적 관객 123만명을 기록해 추석 연휴의 절대강자로 급부상했다. 처음 개봉 당시 '무적자'와 '레지던트 이블' 등에 눌려 3위로 출발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엄태웅을 특히 기쁘게 만든 대목이 바로 여기에 있다. 영화의 흥행 성적은 첫 주말 보다 둘째 주가 더 중요한 까닭이다. 개봉 첫 주는 요란한 마케팅과 출연배우 이름값에 영향을 많이 받지만 둘째 주부터는 철저히 관객 입소문에 흥행이 좌우된다. 천만관객을 돌파한 '왕의 남자' 등이 개봉 전 마케팅에서 밀리고도 대역전에 성공했던 배경이 바로 입소문 덕분이었다.
'시라노' 역시 당초 올 추석영화 리스트에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던 작품이다. 하정우 김윤석의 '추격자' 이후 온통 한국영화 화제작이 스릴러 장르에 집중되면서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홀대를 받았던 게 그 이유다.
그러나 시사회를 거치면서 '시라노'는 다른 추석 개봉작들과 차별화된 노선을 걸었다. 설경구 이정진의 '해결사'와 송승헌 주진모 이강우 조한선의 '무적자' 등 블록버스터급 액션영화들이 관객 한숨에 파묻힌 반면에 '시라노'에는 '재밌다' '신선하다' '모처럼 볼만한 로맨틱 코미디가 나왔다'는 시청자 호평에 파묻혔다.
입소문의 결과는 개봉 3주차 박스오피스에서 확실하게 우열이 갈리는 중이다. 이에 따라 엄태웅은 TV 드라마에 이어 스크린에서도 모처럼 대형 흥행작을 자신의 전면에 내걸 것으로 보인다.
‘쾌걸 춘향(2005)’의 변학도 역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선보인 후 '부활', '늑대', '천국보다 낯선' '마왕' 그리고 지난해 '선덕여왕' 김유신 역 등으로 자신의 독특한 캐릭터를 구축했던 그는 올 가을에는 '닥터 챔프' 이도욱 역으로 TV 불패 신화를 이어갈 참이다.
탄탄대로를 걸은 방송 드라마와 달리 엄태웅의 영화 쪽 행보는 그렇게 순탄치 못했다. 가장 최근에는 많은 제작비를 들인 '차우'와 '핸드폰' '님은 먼곳에' 등이 기대에 못미쳤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 감독 역으로 출연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깜짝 흥행에 성공했지만 이 영화에서 그는 조연에 그쳤다.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충무로에서 '시라노'의 예상 관객수는 벌써 '미녀는 괴로워' '과속 스캔들' 수준의 대박으로 상향조정중인데다 당분간 경쟁작 개봉도 없는 호재가 겹쳤다. 로맨틱 코미디의 가볍고 발랄한 코미디 역에 나선 엄태응의 연기에 쏠리는 관심과 반응도 수준 이상이다.
'시라노'는 사랑에 애닳고 지친 연애 몸치들이 전문 연애조작잔에 연인과의 인연을 의뢰해 좌충우돌 러브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게 기본 줄거리. 다채로운 사랑 이야기 속에서 엄태웅은 헐렁한 성격이지만 왠지 정에 끌리는 보통남자 병훈 역을 훌륭히 소화했고 그 뒤를 받치는 이민정 최다니엘 박신혜의 연기도 뛰어났다.
올 추석 스크린, 엄태웅이 부활했다.
mcgiw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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