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격' 이경규, 강호동 보조를 벗었다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0.09.26 09: 23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모래판 천하장사 강호동을 코미디언으로 발탁하고 키운 건 이경규였다. 씨름뿐 아니고 남을 웃기는 재주까지 타고났던 강호동은 '행님아'를 시작으로 코미디계를 평정했고 지금은 예능 국민 MC로 사랑받고 있다.
강호동이 업종을 완전히 바꿔 또 다른 인생 성공시대를 열었던 십 수년 세월이 제 1의 MC이자 코미디언 이경규에게는 정상에서 내려오는 시기였다. '몰래카메라' '양심냉장고' 등 출연하는 예능 코너마다 장안의 화제였던 그는 2006년부터 슬슬 방송가 속된 말로 '출연 프로마다 말아먹는 귀신'이 됐다.
그의 쇠락을 증명했던 대표적인 예능이 2008년 4월말 폐지된 SBS '이경규 김용만의 라인업'이다. 거꾸로 당시 이경규는 자신의 의중을 그대로 반영해 제작한 '라인업'으로 역전 한 방을 노렸다. 유재석-강호동 투톱 체제로 바뀌어가는 예능 MC계에서 이경규가 아직 건재하다는 사실을 보여줄 야심작으로 내놓은 게 바로 '라인업'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라인업'은 온갖 혹평과 논란에 시달리다 6개월을 채 못버티고 막을 내렸다. 이경규의 10년 아성도 이때부터 비틀거리기 시작했고 '위기의 이경규' '이경규 비틀'이란 제목의 연예 기사들이 나왔다.
이경규를 키운 모태이자 친정격인 '일요일 일요일 밤에'도 끝내 그를 포기했다. MBC 예능의 간판이자 일요일 예능의 터줏대감이었던 '일밤'은 이경규의 부진과 함께 시청류 한 자릿수로 떨어지더니 8%, 5%, 심지어 일요일 프라임 타임의 예능 시청률이라고 믿기 어려운 3%대까지 날개없이 추락했다.
다들 이경규도 이제 끝났구나 라고 생각했을 때 그는 백의종군의 길을 걸었다. 낯선 KBS 2TV에서 '해피선데이'의 제 1코너 '남자의 자격'으로 새출발을 했다. 지금이나 그때나 '해피선데이'의 주력은 강호동의 '1박2일'이다. 당시 '해패선데이' 제작진은 '1박2일'에 앞서 방송되는 1코너가 최소한의 시청률로 '1박2일'에 민폐나 안끼쳤으면 하고 바랄 정도였다.
그러니 이경규가 '남자의 자격' 출연을 택한 건 자기가 키운 강호동의 보조나 다름없는 역할을 자처하는 고육지책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남자의 자격'이 언젠가 대성공을 거둘 것으로 기대했던 이는 이경규 뿐 아니었다. 당시 '해피선데이' 이명한 PD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분명히 '남격'이 '패밀리가 떴다'를 누를 시기가 온다. 1년 안에 따라잡고 2년째 누르겠다"고 했다. 그 때 SBS '패떴'은 '1박2일'과 자웅을 겨루던 인기 예능 1순위였다.
그리고 3년. 이제 '남자의 자격'은 '1박2일'과 동급 수준의 '해피선데이' 구성원으로 성장했다. 특히 최근 방영된 '남자의 자격 합창단' 특집은 재미와 감동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예능의 진수를 보여줘 수많은 시청자들 눈시울을 적셨다.
때마침 '1박2일'은 김C의 하차에 이어 MC몽의 퇴출까지, 갖가지 구설수로 위기론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또다시 강호동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을 수 있는 자리로 올라간 이경규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엔터테인먼트팀 이사]mcgwri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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