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속에서 그는 점진적으로 발전의 길을 걸었고 그 끝에 잊을 수 없는 한 시즌을 보냈다. 삼성 라이온즈의 '젊은 피' 좌완 차우찬(23)이 생애 첫 10승을 거두는 동시에 승률왕좌에 올랐다.
차우찬은 26일 잠실 LG전에 선발로 등판해 9이닝 동안 111개(스트라이크 77개, 볼 34개)의 공을 던지면서 4피안타(탈삼진 11개, 사사구 3개) 1실점으로 완투하며 데뷔 첫 한 시즌 10승(2패, 26일 현재)째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승률 타이틀 기준점인 10승을 넘긴 차우찬은 승률 8할3푼3리로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2006년 군산상고를 졸업하고 2차 1순위로 삼성에 입단한 차우찬은 지난 4년 간 감독이 바라는 바에 다소 못 미치는 성과를 올렸다. 직구 구위는 입단 초기에 비해 확실히 끌어올렸으나 제구력에서 확실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 지명 당시 "현재 최고구속은 130km대지만 던지는 동작이 좋아 훗날 주축 좌완으로 한 몫할 것"이라는 평가를 지난 4년 간 충족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 차우찬은 42경기 6승(9패 1홀드)을 올렸으나 평균 자책점이 6.09로 높은 편이었고 109⅓이닝 동안 무려 82개의 사사구를 허용했다. 선동렬 감독 부임 이후 '지키는 야구'를 첫 기치로 내걸었던 삼성인만큼 높은 순위로 뽑은 차우찬의 성장세가 다소 아쉽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지난 시즌 도중에는 "고졸 투수들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라는 선 감독의 이야기도 있던 것이 사실. 선 감독의 발언 속에는 차우찬에 대한 쓴소리도 담겨있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달랐다. 6월 이후 본격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가담하며 매력적인 구위를 뽐낸 차우찬은 연승가도를 달리며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구속을 회복하기 시작한 우완 배영수, 좌완 에이스 장원삼과 함께 차우찬은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상이 아쉬운 삼성 선발진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최근 수년 간 보이지 않게 줄기찬 리빌딩의 길을 걸어오며 젊은 주축들의 팀으로 자리잡고 있는 삼성 입장에서 차우찬의 두각은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140km대 후반의 직구와 더불어 130km대 중후반의 슬라이더로 유리한 카운트를 잡기 시작한, 전도유망한 좌완이 나래를 펼치고 있다는 점은 당장을 넘어 먼 훗날까지 중용할 수 있는 무기를 발견했다는 뜻이기 때문.
경기 후 차우찬은 "경기 전 꼭 두 자릿 승수를 채우고 싶은 마음이었다. 승률은 어떻게 될 지 몰랐는데 두 가지 모두 달성해 기분이 좋다. 이 컨디션 그대로 플레이오프에서도 잘하겠다"라며 "지난해에 비해 직구 제구력이 좋아졌고 덕분에 볼카운트 관리 및 변화구 위력을 높일 수 있었다"라는 말로 자신의 발전상을 자평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되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최형우-박석민-채태인이라는 젊은 주포들을 발견한 삼성. 타선에서 젊은이들이 자리매김하는 모습을 발견한 동시에 쉽게 구하기 힘든 '보물 좌완' 차우찬까지 찾은 삼성이 앞으로 그를 어떻게 활용하고 발전시킬 것인지 더욱 궁금해진다.
farinelli@osen.co.kr
<사진> '2010 CJ마구마구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26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삼성 선발 차우찬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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