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시즌이 더 기대를 모은다'.
넥센 히어로즈가 아쉬움과 희망이 교차했던 2010시즌을 마쳤다.
넥센은 26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시즌 최종전인 SK와의 원정경기에서 4-5로 역전패했다. 이로써 최종 52승 78패 3무에 승률 3할9푼1리를 기록한 넥센은 최종 7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넥센은 페넌트레이스 우승팀인 SK와의 시즌 상대전적에서 7승 12패로 열세를 보였다. 하지만 김성근 SK 감독이 이날 인사를 위해 찾은 김시진 넥센 감독에게 "넥센 때문에 힘들었다"고 말할 정도로 끈질긴 모습을 보여줬다.
올 시즌 넥센은 사실상 투수력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시즌 전부터 전력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제대로 투타에서 밸런스를 유지할 수 없었다.
▲한 번도 제대로 돌려보지 못한 선발 로테이션
넥센은 시즌 전부터 한화와 함께 2약으로 분류됐다. 이렇다할 보강이 없는 대신 전력 누출은 확연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선발 마운드의 빈공간이 컸다. 좌완 원투펀치로 여겨지던 장원삼과 이현승이 지난 연말 지난해 연말 현금 트레이드를 통해 선발진에서 이탈했다. 여기에 코칭스태프 자체적으로 10승을 호언할 정도로 페이스가 좋았던 김영민이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두고 십자인대파열로 시즌을 접었다. 시즌 전 이미 순식간에 유력했던 3명의 선발 후보가 탈락한 것이다.
개막 2연승으로 잠시 다크호스로 분류되기도 했으나 결국 4월에만 7연패와 5연패를 당하면서 순위권에서 밀려났다.
두산에서 이적해 온 금민철이 에이스로 자리를 잡았고 강윤구, 외국인 투수 번사이드, 김수경, 김성현 등이 선발로 나섰다. 그러나 이 로테이션은 곧바로 무너졌다. 김수경은 곧바로 2군으로 내려갔고 강윤구도 5경기만에 팔꿈치 통증을 호소, 엔트리에서 사라졌다. 이후 넥센은 울며겨자먹기로 마운드를 운영할 수 밖에 없었다.
급기야 기대에 미치지 못한 외국인 타자 클락을 내보내고 작년 SK와 두산에서 뛰었던 니코스키를 데려와 마운드 강화에 나섰다. 그러나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김시진 넥센 감독은 "시즌 전부터 구상했던 황두성, 김영민, 김수경, 강윤구 등 선발들이 다 빠져나갔다"면서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야수는 역시 포수진이 아쉬웠다. 주전 강귀태는 물론 유선정, 허준 백업 포수의 활약이 미진했다. 이숭용, 송지만 베테랑 타자들의 활약은 꾸준했다. 그러나 기대를 모은 정수성이 오재일 등 백업 멤버들의 성장이 더뎠다.

▲뉴 페이스 선발진 기대감 높였다
전화위복이었다. 넥센 기존 선발진의 이탈은 대신 젊은 투수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냈다. 고원준, 김성현, 김성태 등 젊은 선발진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서 내년 선발 주축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은 2년차 신인 고원준은 시즌 두 번째 선발이던 지난 5월 19일 문학 SK전에서 8회 1사까지 노히트노런 행진을 펼쳐 화제가 됐다. 이 후 금민철이 빠진 넥센의 에이스 자리를 차지했다. 5승 7패 4.1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으나 올 시즌 경험을 통해 내년 더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을 받았다.
또 김성현은 7승 8패 4.9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8월에만 3연승을 거두며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로 각광받았다. 다소 굴곡이 있지만 역시 경험이 쌓이면서 더욱 위력적인 투수로 변모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김성태는 2승 4패 3.9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어깨 재활 후 복귀, 여전히 통증을 안고 있는 상태지만 6월부터 시즌 로테이션을 꼬박꼬박 지켜내고 있다.
여기에 마무리 손승락이라는 최고의 수확물도 건졌다. 손승락은 시즌 26세이브를 거둬 두산 이용찬(25세이브)을 제치고 이 부문 타이틀 홀더가 됐다.
무엇보다 경찰청 제대 후 팀에 합류한 손승락은 당초 선발 후보였으나 마무리로 전향해 꽃을 피우게 됐다. 이렇듯 기존 선수가 잘했다면 쓰여질 가능성이 극히 적은 선수들이었다. 이외에도 배힘찬, 문성현, 김상수 등이 내년 시즌 기대를 갖게 만들고 있다.
김시진 감독은 "많은 승수를 쌓은 것은 아니지만 고원준, 김성현, 김성태라는 선발을 발굴해낸 것이 위안"이라면서 "내년에야 소득을 따질 수 있겠지만 비슷한 테두리에서 지켜보겠다. 이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도 있다"고 평했다.
뭐니뭐니 해도 최고의 히트작은 중견수 겸 톱타자 장기영과 내야 유틸리티맨 김민우의 공수에 걸친 활약상이었다. 장기영은 그동안 고민거리였던 톱타자와 기동력을 동시에 해결해줬다. 김민우 역시 황재균의 롯데 이적으로 얇아진 내야진을 좀더 두텁게 하는 효과를 거뒀다. 이외에도 김민성, 장영석 등의 성장세도 보여 내년 시즌 넥센의 도약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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