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시즌총평' 박종훈, "좋은 습관=이기는 습관이 필요하다"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0.09.27 07: 34

7년만에 포스트시즌 진출과 팀 리빌딩이란 커다란 숙제를 안고 LG 트윈스 사령탑이 된 박종훈(51) 감독이 데뷔 첫 시즌 57승 5무 71패(승률 4할2푼9리)를 기록하며 6위를 기록했다.
지난 1월 20일. 당시 박 감독은 58명의 선수단을 이끌고 사이판 전지훈련을 출발하기 전 인천공항에서 "감독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전지훈련에서 무한 경쟁과 무한훈련"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박 감독은 박명환, 애드가 곤잘레스, 정성훈, '큰' 이병규, 이택근, 심수창, 이형종, 오카모토 신야, 한희, 오지환, 최동환 등의 이름을 거론하며 높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행히 LG는 전반기를 4위 롯데에 한 경기 차 5위로 마감하며 4강 진입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전반기 마지막 5경기에서 5연패, 후반기 개막 첫 주 사직 3연전에서 3연패가 한 시즌의 운명을 결정짓고 말았다.

시즌을 마치고 8개월 전 박 감독이 기대했던 선수들 중에서 "기대 이상"이라고 말한 이는 '오지환' 뿐이었다.
박 감독은 지난 25일 잠실 삼성전에 앞서 감독실에서 조용하게 작전 구상 중이었다. "벌써 한 시즌이 끝나버렸다"며 아쉬움을 나타내며 감독으로서 첫 시즌을 정리했다. 다음은 박 감독과의 일문일답.
-벌써 한 시즌이 끝났다. 감독 첫 해를 마친 소감은
▲감독이라는 게 참 어렵다. 어려운 것을 알고 준비를 많이 한다고 했지만 막상 시즌을 꾸려가다 보니깐, 어렵고,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다. 많이 채워야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투타 전체 전력을 돌이켜 봤을 때 투수 쪽에서 큰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
▲분명하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투수 전력이 약하다는 것을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 안에서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나타났다는데 희망적이라고 볼 수 있다. 야수의 경우는 많이 믿었지만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사용하지 못했다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빅5를 비롯해서, 정성훈, 박경수, 박병호가 기대치에 밑돌았고, 잔 부상으로 이탈도 있었다.
-외국인 투수가 10승이상 해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지 않나
▲내가 하나 배운 것은 '만약에'라는 것은 없애야 하지 않겠느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전력을 극대화 하는 것이 나의 책임이다. 이제는 이 선수가 이렇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치를 버려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당연히 기대는 가질 것이다. 그 선수가 가용이 된다면 당연히 기대를 해야 한다. 그러나 부상이라던 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불확실성에 너무 목메게 기다리는, 그런 바보 같은 짓은 범하지 않아야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내년 시즌 외국인투수에 대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겠다는 뜻인가
▲기대를 안 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너무 지나친 기대, 외국인 선수가 와서 이 선수가 잘 해야 우리 팀이 산다는 절박함은 갖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용 전력을 얼마만큼 극대화 하느냐, 그리고 나서 외국인 선수가 들어와서 잘 해준다면 그 만큼 플러스 요인이 되지 않겠냐 싶다.
-시즌 전 투타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지나간 얘기는 만약에라는 것을 달아야 하는데 예를 들어서 외국인투수, 박명환, 심수창 등이 잘 했다면 우리 중간 계투진이 더 안정적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선발 투수진의 부진이 중간 계투진의 과부하를 걸리게 했다. 선발 투수 중에서 5이닝 이상을 꾸준하게 던져준 투수가 봉중근 한 명 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서 중간 계투진 과부하가 심했다. 그런 면에서 이동현, 김광수, 이상열, 김기표 이런 선수들에게 큰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정말 잘 했다고 박수를 쳐주고 싶다.
-팀 내 투타 MVP를 꼽는다면
▲어느 정도 팀 성적이 나왔다면,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 MVP를 꼽을 수 있겠지만 지금 우리 팀은 말하기 그렇다. 지금 우리는 결과가 없다. 사실 누가 잘했다, 못했다 라기 보다 우리 팀이 부족했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싶다.
-박명환, 김정민, 류택현 베테랑 3인방은 어떻게 할 것인가
▲시즌 끝나고 한번 선수들을 만나 이야길 해볼 것이다. 박명환은 재활을 하고 있다. 본인은 선수 생활을 원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계속 함께 할 것이다. 공을 던질 수 있다면 LG에서 함께 할 것이다. 김정민도 몸만 된다면 할 것이다. 류택현은 재활이 1년 넘게 걸린다. 충분한 대화를 한 만큼 큰 부담은 없다.
-정찬헌을 비롯한 부상에서 재활중인 선수들은 어떤가
▲정찬헌은 재활이 순조롭게 되고 있다고 보고 받았다. 그러나 처음에도 말했듯이 부상선수들의 가능성은 일단 배제할 생각이다. 가용 인원을 중심으로 꾸려 갈 것이다. 들어오면 플러스고, 안 들어오면 이퀄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군대에서 제대하는 정의윤과 장진용도 내가 직접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같은 입장이다.
-가을 훈련과 스프링 캠프 초점은 무엇에 맞출 예정인가
▲야구에 대한 좋은 습관을 기르는데 집중할 것이다. 좋은 습관이란 기본적인 것을 말한다. 공부도 잘 하는 사람을 보면 가끔 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꾸준히 한다. 좋은 습관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야구를 잘 하는 선수들과 팀은 좋은 습관을 가지고 있다.
-좋은 습관이란 무엇인가
▲간단하다. 우리는 한 베이스를 더 가고, 상대는 한 베이스 못 가게 막는 것이다. 그리고 기본적인 수비 백업 및 선수들이 조직적으로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스스로 하는 것이다. 이러한 좋은 습관들이 모였을 때 이기는 습관이 되는 것이다. 이기는 것도 습관이다.
-다음 시즌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나
▲벌써 내년 목표를 말하긴 조금 이른 듯 싶다. 그러나 어느 팀이든 프로라면 결과에 대해서 성공이라는 희망을 갖고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빌딩이다, 몇 승 이상으로 한다는 것은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팬들이 성공이라고 말하는 부분을 목표로 할 것이다. 가지고 있는 것들은 나쁘지 않다. 지금의 기량과 좋은 습관이 어우러지면 분명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좋은 습관이다. 그걸 위해서 10월부터 훈련을 할 것이다. 시간은 충분하다. 모든 것이 잘 어우러진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선수들에게 단 한가지만 주문한다면
▲좋은 습관이다.
인터뷰 말미에 박 감독은 "어떻게 보면 내 생에서 가장 행복한 1년을 보냈다. 남들이 바라보는 프로야구단의 감독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컸다. 내 자신이 가진 행복함, 이제까지 내가 가져보지 못했던 크기였다"며 "팬들에게 감사하다.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으로 인사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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