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은 친정팀을 상대로 대단한 위력을 비추고 있고 또 한 명은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하며 시즌을 마쳤다. 2008시즌 한솥밥을 먹으며 타격왕 타이틀을 놓고 다퉜던 홍성흔(33. 롯데 자이언츠)과 김현수(22. 두산 베어스)가 이제는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불방망이를 예열 중이다.
한때 두산의 파이팅 넘치는 포수로 팬들의 가득한 사랑을 받았던 홍성흔과 팀의 새로운 중심타자로 자리매김한 김현수는 팀에 없어서는 안 될 타자들이다. 홍성흔은 보다 시원한 스윙 궤적을 뽐내며 '타격 7관왕' 이대호와 함께 롯데 타선의 핵 노릇을 톡톡히 했고 김현수 또한 정확성-장타력을 겸비한 좌타자로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올렸다.

특히 이들은 모두 상대팀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프리에이전트(FA) 이적 전 해이던 2007년 말 포지션을 놓고 트레이드를 자청하며 선수생활 지속 위기에까지 놓였던 홍성흔은 올 시즌 친정 두산을 상대로 4할5푼5리(55타수 25안타) 8홈런 23타점으로 맹위를 떨쳤다. 김현수도 롯데 상대 3할3푼3리(66타수 22안타) 1홈런 5타점을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정확도를 선보였다.
올 시즌 홍성흔은 111경기서 3할5푼(2위) 26홈런(공동 4위) 116타점(2위, 27일 현재)을 기록하며 생애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타율은 지난해 3할7푼1리에 이어 시즌 커리어 하이 2위 기록이며 홈런-타점은 모두 데뷔 이래 최고의 성적. 지난 8월 15일 윤석민(KIA)의 몸쪽 공에 왼손등 골절상을 입고 본의 아닌 휴지기를 가진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러나 홍성흔의 2010시즌 활약상이 눈부셨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홍성흔은 그에 대해 "김무관 타격코치께서 거포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갖춘 만큼 시원하게 휘두르라는 주문을 많이 하셨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께서도 믿고 기용해주신 덕분에 내 타격을 자신있게 할 수 있었고 이대호라는 좋은 타자와 함께라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라며 코칭스태프와 동료에 공을 돌렸다.
특히 두산 투수진만 만나면 홍성흔의 장타 본능은 불꽃놀이처럼 그라운드를 수놓았다. 두산을 상대로 한 홍성흔의 장타율은 무려 9할6푼4리.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 계투진의 중심축 중 한 명이 될 임태훈을 상대로 홍성흔은 7타수 4안타(5할7푼1리) 3홈런 4타점 맹위를 떨쳤으며 4선발 홍상삼에게는 5타수 4안타(8할) 1홈런 5타점 강점을 비췄다. 또한 임태훈과 정재훈, 김승회 등은 자신이 손수 리드했던 경험도 있는 만큼 패턴을 파악하고 있다. 타자로서 진짜 전성기를 구가 중인 홍성흔에게 초점이 맞춰지는 이유다.
올 시즌에도 롯데가 준플레이오프에서 패퇴한다면 이는 로이스터 감독의 재계약 불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자신을 믿고 기용해 준 감독을 위해서도 홍성흔의 준플레이오프 활약은 더욱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올해가 최악의 시즌"이라며 얼마 전까지만해도 고개를 젓던 김현수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8월 하순만 해도 3할과 2할9푼대 타율을 오가던 김현수는 막판 5경기에서 제대로 파괴력을 과시하며 3할1푼7리 24홈런 89타점으로 2010 페넌트레이스를 마쳤다. 출루율 4할1푼4리(5위)에 장타율 5할3푼1리(6위)로 비율 스탯 또한 그리 나쁘지 않다.
사실 김현수는 극심한 부담감 속에서 2010년 페넌트레이스를 마쳤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3할5푼7리 고타율에 장타력까지 끌어올리며 리그 내 가장 뜨거운 타자 중 한 명으로까지 성장한 만큼 투수들, 특히 좌완들의 몸쪽 공 구사 빈도가 높아졌던 것이 사실. 그로 인해 타격 리듬까지 잃어버리며 "3할이라도 기록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던 김현수였다.
8월 하순부터 9월 초까지 타격폼 수정 과정을 거쳤던 김현수는 조금 더 일찍 움직이는 방법을 채택해 투수들을 공략 중이다. 다리를 드는 동작은 다시 선택했으나 그 대신 방망이를 뒤로 장전했다가 휘두르는 테이크 백 동작을 조금 더 앞당기면서 상대 투수의 공을 공략하는 방법을 다시 찾은 것. 선수 본인 또한 타격폼 수정 과정에서 무언가 발견했기 때문인지 "이제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이는 최근 5경기 7할8푼6리(14타수 11안타) 3홈런 7타점의 불방망이로 이어졌다.
2008시즌 타격왕좌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벌였던 야구 선후배. 야구에 대한 진지한 시각을 바탕으로 한 뛰어난 실력으로 팀에 없어서는 안 될 타자로 자리매김 중인 홍성흔과 김현수 중 누가 준플레이오프 종료와 함께 웃을 것인지 더욱 궁금해진다.
farinelli@osen.co.kr
<사진>홍성흔-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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