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두산-롯데, 양 팀의 히든 카드는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09.27 10: 45

전력의 100%를 모두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변수도 충분하다. 오는 29일부터 5전 3선승제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변수 위치에 자리한 선수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26일 오후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준플레이오프에 출장할 양 팀의 26인 엔트리를 발표했다. 두산은 최근 음주사고로 물의를 일으켰던 마무리 이용찬을 제외하고 준플레이오프에 나서며 롯데는 주전 유격수 박기혁과 선발진의 샛별 김수완을 엔트리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100%의 컨디션이 아닌 선수들을 구태여 무리시키지 않겠다는 양 팀 감독의 뜻을 알 수 있는 대목. 이들을 대신해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이 어떤 활약을 펼칠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준플레이오프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다.
 
▲ 김승회-이두환, 미야자키 대신 국내에서
 
두산은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동시에 같은 시기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리는 피닉스 교육리그에 2군 선수들을 참가시킨다. 단기전 출장 선수와 교육리그 참가 인원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우완 김승회(29)와 거포 유망주 이두환(22)이 그 기회를 잡았다.
 
지난 2006년 61경기 6승 5패 10홀드 평균 자책점 3.95를 기록하며 계투진에서 분투했던 우완 김승회는 올 시즌 공익근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한 케이스. 전지훈련에 참여하지 못한 채 국내에서 훈련을 치렀고 과거의 투구 밸런스를 회복하는 데 시일이 걸리는 바람에 1군에서 25경기 1패 1홀드 평균 자책점 4.24에 그쳤다.
 
그러나 특유의 묵직한 볼 끝을 되찾으며 9월 한 달간 6경기 평균 자책점 2.38로 좋은 모습을 비췄다. 이용찬의 빈 자리를 홀드왕(23홀드) 정재훈이 대신할 가능성이 큰 만큼 준플레이오프에서 김승회의 역할은 롱릴리프가 될 가능성이 크다. 페넌트레이스와는 달리 경기 순간순간이 분기점이 되는 단기전임을 감안하면 김승회가 점수 차가 크지 않은 리드 상황에서 등판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김승회는 롯데전 3경기에 나서 7⅔이닝 동안 탈삼진 5개를 잡아내며 평균 자책점 1.17로 호투했다. 변화구 옵션이 많은 투수는 아니지만 볼 끝의 힘이 좋아 긁히는 날에는 막힌 타구를 많이 양산한다는 것이 김승회가 가진 장점이다.
 
올 시즌 2군에서 3할6푼2리 21홈런 67타점(27일 현재)을 기록한 동시에 1군에서 13경기 3할2푼 1홈런 6타점을 기록한 이두환은 두산이 미래를 보고 키우는 거포 유망주다. 2006 쿠바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우승 주역이기도 했던 이두환은 지난해까지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인해 제 기량을 100%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
 
2008년 하순 수술 이후 순조롭게 재활 과정을 마친 이두환은 1군에서도 데뷔 첫 기록을 연이어 달성 중이다. 김경문 감독은 이두환에 대해 "2군에서 잠수함 투수의 공을 잘 공략한다는 정보가 올라왔다. 맞추는 능력이 좋은 만큼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포수 출신이지만 1루, 3루 수비가 가능한 이두환은 경기 후반 좌완이나 임경완이나 배장호 등 잠수함 투수 공략용 카드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 문규현-배장호, 큰 경기에 맞는 기회 
 
냉정히 생각해보면 결장 선수로 인한 공백은 오히려 롯데 쪽이 크다. 수비의 중요성이 더욱 중시되는 단기전에서 그들은 부상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주전 유격수 박기혁과 두산에 강했던 우완 선발 김수완 없이 준플레이오프에 나선다. 박기혁을 대신한 롯데의 주전 유격수는 문규현(27)이며 사이드암 배장호(23)의 중용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프로 9년차 내야수 문규현은 올 시즌 박기혁의 결장 공백을 메우며 80경기 2할3푼7리 3홈런 16타점에 10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강병철 감독 재임 시절 수비보다는 공격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유망주지만 그는 상무 시절 김재호(두산)를 2루로 밀어내고 주전 유격수로 군 시절을 보냈던 타자.
 
올 시즌 유격수 자리에서 초반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던 문규현은 경기 경험이 쌓이면서 점차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믿음까지 가져왔다. 다만 타격에서 아쉬움이 있는 것은 사실.
 
문규현은 직구에 대한 대처능력이 좋은 타자는 아니다. 이효봉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문규현에 대해 "체인지업 등 느린 변화구를 강하게 때려내는 능력은 있지만 직구 대처에 있어서는 조금 떨어진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상대가 약점을 찌르며 우격다짐식으로 직구를 구사할 경우 이를 하위타순에서 어떻게 공략할 지 여부가 관건이다.
 
수원 유신고 출신으로 지난 2006년 롯데에 2차 4순위로 입단한 배장호는 올 시즌 51경기 1패 1세이브 5홀드 평균 자책점 4.55를 기록했다. 두산을 상대로는 7경기 1홀드 평균 자책점 3.24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미 배장호는 지난 시즌 두산에 뼈아픈 패배를 당했던 바 있다. 지난해 10월 3일 배장호는 두산에 준플레이오프 1승 2패로 몰려있던 상황에서 선발로 나섰으나 5⅓이닝 8피안타 8실점(4자책)으로 뭇매를 맞았다. 지난해 두산을 상대로 7경기 1승 2세이브 평균 자책점 1.50의 강점을 보였다는 점에서 꺼내든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히든 카드였으나 패퇴 속에 정말 가려진 카드가 되고 말았다.
 
한 번의 아픔을 지닌 배장호가 이번에는 설욕전에 성공할 것인지 여부가 관건이다. 배장호는 표본이 적지만 김현수-김동주-최준석으로 이어지는 두산 중심타선에 단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특히 김현수는 배장호가 던지는 역회전 궤적에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선발로서 가능성은 섣불리 예상할 수 없지만 짧게 던지는 카드로는 충분히 승산을 갖추고 있다.
 
순간의 집중력이 단기전 승패를 좌우하게 마련. 그동안의 스포트라이트에서는 조금 빗겨나 있었지만 이들은 분명 저마다의 장점을 갖춘 히든카드임에 분명하다. 2년 연속 준플레이오프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두산과 롯데 중 어느 팀이 히든 카드 '변수'에 웃을 것인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farinelli@osen.co.kr
 
<사진1> 김승회-배장호.
 
<사진2> 문규현-이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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