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42) 부산 감독이 '황새 슬라이딩'을 다시 펼친다.
지난 1998년 4월 1일 펼쳐진 한국 대표팀 스트라이커 황선홍의 골 세리머니를 기억하는가? 당시 2002년 한일 월드컵 유치기념으로 열린 한일전에서 황선홍은 공격수로 출장하여 멋진 발리 슛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그는 곧장 카메라를 향해 멋진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했다. 양팔을 쭈욱 펼친 그의 세리머니는 마치 한 마리의 황새가 비상하는 모습을 연상시켰다. 당시 세리머니는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 축구 베스트 세리머니로 회자될 정도로 강한 임팩트를 남겼다.
그런 그의 세리머니가 다시 한 번 펼쳐질지도 모르겠다. 이번엔 골을 성공시킨 선수로서가 아니라 팀을 FA컵 결승에 진출시킨 감독으로서 그 세리머니를 펼친다.
오는 29일 전남과 FA컵 준결승을 앞두고 있는 황 감독은 우승을 다짐하며 팬들에게 승리 세리머니를 약속했다. 전남을 반드시 꺾고 팬들이 원하는 이벤트를 펼치겠다는 것이었다.
황 감독의 발언 이후 부산의 홈페이지에는 연일 세리머니 신청이 쇄도했다. 레슬링 기술 시연, 재계약서에 사인, 팬들에게 큰절하기, 깜짝 댄스 등 수 많은 요청이 있었다. 결국 여러 가지 요청을 한 데 모아 감독이 추첨해 결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발표가 지난 25일 있었다. 부산과 울산의 정규리그 경기 하프타임에 황 감독은 관중들 앞에서 여러 요청 중 한 가지를 뽑았다. 많은 홈 팬들의 기대 속에 펼쳐진 추첨에서 결국 선정된 것은 황새 슬라이딩이었다. 황 감독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팬들 역시 만족한 모습이었다.
황 감독은 현역 시절 자신만의 세리머니 철학이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카메라를 보고 뛰어라” 라며 후배들에게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수하곤 했던 그다. 98년 한일 친선전 당시에도 그가 슬라이딩을 펼친 곳은 수 많은 취재진이 몰려 있던 카메라 앞이었다.
그런 그만의 노하우 때문일까? 한국 축구 다큐에서는 그의 세리머니 장면은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가 되었고 한국 축구의 역사가 되었다.
황 감독은 29일 오후 7시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전남을 만나 운명의 FA컵 4강 전을 치른다. 세리머니의 선구자 격이었던 그가 감독으로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어떻게 소화해 낼지 벌써 이목이 집중된다.
하지만 그의 세리머니를 보기 위해서는 한 가지 단서가 붙는다. 당연히 승리했을 경우에만 해당된다.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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