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자기 몸에 총쏘는 동영상 화제
모았던 돈에 아파트까지 담보 잡혀 5억 투자

내 다리에 직접 권총 쏜 건 확신 있었기 때문
꿈 이루는 데는 돈‧학력 아닌 의지‧열정 중요
[이브닝신문/OSEN=장인섭 기자] 최근 인터넷에 올라온 한편의 동영상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한 젊은 남성이 등장하는 이 동영상은 본인이 직접 제작했다는 방탄복을 테스트 하는 것으로 몽골 평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특히 방탄복의 성능 테스트를 위해 AK소총을 연사하고 본인의 다리에 직접 권총을 발사하는 다소 무모한 장면이 포함돼 있어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진정한 용자다’라는 댓글이 꼬리를 물고 있다.
동영상의 주인공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20대 후반의 한주엽(28·㈜아르모프 대표) 씨. 그는 자신이 만든 방탄복이 세계 어느 나라의 방탄복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한다. 거대 방산업체들이 즐비한 군수시장에 뛰어들어 방탄복으로 도전장을 내민 ‘현대판 돈키호테’ 한주엽 씨를 만났다.
-방탄복을 만들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교육소프트웨어 개발업체를 운영하면서 영어 학습기 케이스를 개발하던 중 “총으로 쏴도 부숴지지 않을 것”이라는 평소의 농담대로 대구시내 한 사격장에서 케이스에 장난삼아 총을 쏘아 본 것이 계기가 됐다. 총알은 케이스를 뚫지 못했다. 케이스 제작에 사용된 첨단분자 소재 기술을 바탕으로 방탄복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생소한 사업으로의 업종전환, 쉽지는 않았을 텐데….
▲2009년 7월 방탄복 제작을 시작했다. 그해 9월, 교육용소프트웨어 개발업체였던 회사를 아예 보호장비 개발업체(㈜아르모프)로 변경했다.
그런 결정에 아내의 임신 사실이 크게 작용했다. 내가 지금 이 일을 하지 않거나 못하게 된다면 그것이 한이 되어 태어날 아이에게 내가 못한 것을 시키게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는 싫다. 주변의 냉소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방탄복에 올인한 진짜 이유다.
-개발과정에서의 어려움은 없었나?
▲‘한국에서 전쟁이 날 이유도 없고 총 맞아 죽는 사람도 없는데 방탄복이 왜 필요한가?’라는 인식이 대부분이었다. 또 개인이 방탄복을 만든다고 국가에서 지원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국내에는 공인 받을 실험제도 조차 없는 현실이다. 현재 방탄복 실험을 위해서는 복잡한 서류절차를 거쳐야 하고 6~8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런 시간을 기다릴 수 없어 금년 2월, 총기 소지 허가국인 몽골로 나가 200여 차례의 방탄 테스트를 거쳐 ‘드래곤 나이트’를 생산하게 됐다.
-공장 설립 및 시제품 개발 등 자금 마련은 어떻게?
▲그 동안 모았던 돈과 처갓집에서 빌린 돈, 아파트까지 담보로 5억원이 넘는 자금이 소요됐다. 또 방탄복 제작에 필요한 초기 기술인 비늘형 세라믹방탄복 기술을 몽골업체에 연구협약 명목으로 판매해 그 자금으로 현재의 공장과 차량, 약간의 설비와 자재를 구입했다.
- 방탄복을 만든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그런 것은 미국에서나 하는 것’이라고 폄하했다. 우리에게는 미국이 있으니 고생스럽게 그런 것을 개발하지 않아도 된다는 반응이었다. 우리나라는 면제배갑(綿製背甲·흥선대원군이 만들었다는 조선시대 방탄조끼)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최초의 방탄복을 만든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나라다. 특히 대구경북지역은 섬유도시로 방탄복 제조에 필요한 기술력이 남아돌았다. 방탄복을 개발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미쳤다’라는 평가에 대한 본인 생각은?
▲사람들은 자신과 다르면 ‘미쳤다’라는 표현을 쓴다. 나는 사람들과 걷는 길이 다르고 생각이 다를 뿐이다. 미쳤다라는 표현은 개인적으로 진짜 좋아하는 표현이다. 500년 전 콜럼버스가 지구가 둥글다고 했을때 사람들이 미쳤다고 몰아세웠다. 썩 듣기 나쁜 표현은 아닌 것이다.
- 자신의 몸에 총을 쏘는 것은 너무 무모한 짓 아닌가?
▲현재 사용되고 있는 방탄복의 성능은 후면함몰(충격량) 44mm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본인이 만든 제품은 5mm 수준이다. 허벅지에 방탄 플레이트를 올려놓고 테스트 한 결과 5mm 충격으로 100mm 피멍이 2주간 유지됐다. 만약 44mm가 함몰된다면 다리가 부러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제품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신뢰성 확보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자기인체 실험을 택했다.
-기존 방탄복보다 어떤 점이 우수한가?
▲가장 실용적이고 우수한 MK-2모델은 딱딱한 방탄플레이트를 부드럽게 만들고 이를 갑주 형태로 이어붙였다. 특수섬유 강화직물의 다단적층형이면서도 무게는 2kg 수준으로 대부분의 탄환에 방탄성능과 탁월한 방검 성능까지 겸비하고 있다. 또 피탄시 리페어(수리)가 가능한 것도 큰 장점이다.
MK-4가 앞서 말한 ‘드래곤나이트’ 모델인데 수중 갑각류(랍스타)를 모방해 제작됐다. 성능은 지상에서 M-16 및 AK-47등의 보통탄 및 수류탄과 RPG(휴대용 대전차 유탄 발사기) 파편을 방탄하고 수심 0.3m만 들어가면 대구경 철갑탄 및 작살과 같은 모든 수중용 소화기를 방탄할 수 있다.
-어디까지 갈 생각인가?
▲1년전 방탄복을 만들었다고 했을 때 사기꾼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인정을 받고 있다. 방탄복 다음 프로젝트는 수중에 투하하면 특수섬유가 함선의 스크류현상을 감지해 100% 격침이 가능한 수중폭뢰 제작이다.
그리고 무기뿐 아니라 살아오면서 생각했던 발명품들을 만들어 보고 싶다. 꿈을 이루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돈도 집안도 학력도 아닌 하겠다는 의지와 열정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ischang@ieve.kr /osenlife@osen.co.kr
▲한주엽 대표는?
- 1982년 대구출생, 대구대학교 졸업
- 대학교 증권동아리 펀드매니저 활동
- 중고컴퓨터 판매 및 프로그램 설계
- 2009년 학습기 개발, 복합재 플라스틱 개발
- 2009년 ㈜ 아르모프 설립
- 2010년 방탄복 생산, 경비정 방탄플레이트 생산, SKD 신형탄두 설계, 잠수함 및 대함 격추용 신무기 시스템 개발 (미국특허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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