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박종훈(51) 감독이 "내년 시즌에도 선발투수, 중간계투 구분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큰 원칙"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지난 주말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시즌 최종전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 시즌 이동현, 김광수, 이상열, 김기표 등 중간 투수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선발과 중간을 구분하는 시스템을 연장할 수 있는 계기는 마련했다"며 "내년에도 선발 투수 후보 중 탈락한 이를 중간 계투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퓨처스(2군)에서 선발로 꾸준히 등판하다 기회가 생기면 1군에 올라오는 시스템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 LG는 허약한 선발 투수진이 4강 탈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1월 해외 전지 훈련을 출발할 때만해도 부푼 꿈이 있었다.

박 감독은 '에이스' 봉중근을 필두로 '베테랑' 박명환, 외국인 투수 애드가 곤잘레스, 심수창, 김광삼, 서승화, 한희, 이범준, 강철민, 이형종 등을 선발군으로 분류했다. 중간 계투진에는 이동현, 김광수, 이상열, 오카모토, 김기표, 오상민, 신정락, 류택현, 김기표, 정재복, 정찬헌, 최동환 등을 구상했다.
그러나 선발 투수들 중에서는 봉중근만 시즌 내내 꾸준히 선발 등판해 두 자릿수 승리를 거뒀다. 믿었던 '메이저리거' 곤잘레스는 1승도 거두지 못하고 방출됐고, 그를 대신한 필 더마트레도 4승을 거둔데 그쳤다. 박명환도 시즌 중반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으나 4승을 거둔 뒤 전력에서 이탈했다.
의외로 '트랜스포머' 김광삼이 시즌 중반 한차례 투구 밸런스가 무너진 것을 잘 극복하고 7승을 거두며 선전했다. 그러나 이외 심수창, 서승화, 한희, 이범준, 강철민, 이형종 등은 가능성만 넘쳤고, 성적으로 증명한 것은 없었다.

중간 계투도 이상열이 76경기에 등판하는 등 이동현, 김광수, 오상민이 60경기 이상, 김기표와 오카모토도 50여 차례 출장하며 마당쇠 역할을 감당했다. 하지만 그 외 신정락은 시즌 중반 발목 부상에 이은 투구 밸런스가 무너져 퓨처스(2군)로 내려갔다. 믿었던 정찬헌은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으며 시즌 아웃 됐고, 류택현, 정재복, 최동환도 활약이 없었다. SK에서 트레이드 되어 온 김선규도 LG로 이적 후 맹활약했다.
박 감독의 바람처럼 5인 선발 로테이션이 잘 돌고 중간 투수들도 잘 막아줬다면 투수들의 혹사도 막고 컨디션 관리에 가장 좋은 방법이긴 하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30개 모든 구단이 이 같은 시스템으로 마운드를 운영한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투수 자원이 충분치 않아 쉽지 않은 시스템이다. 일단 1위를 차지한 SK의 경우 선발, 중간, 마무리가 없는 시스템이다. 김성근 감독은 시즌 초 마무리 '작은'이승호를 시즌 막판 선발 투수로 돌렸고, 선발이던 송은범을 마무리로 활용하며 정규시즌 1위를 지켜냈다. 김 감독 스타일 상 필요에 따라서 '원투펀치' 김광현과 카도쿠라도 중간과 마무리로 투입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박종훈 감독의 투수 운영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한 야구 전문가들도 있었다. 박 감독도 후반기 개막과 함께 순위 싸움을 위해 이범준, 심수창, 한희 등을 중간 계투로 돌려 변칙 방법을 사용했다.
박 감독도 "시즌을 시작하기 전에도 이것은 변칙이라고 말했다. 지금 시점에서 보면 중간 투수들이 자리를 잡았고 후반기를 마칠 때 7명이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다"며 "이 선수들을 잘 다듬는다면 내년 시즌을 시작할 때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을 바탕으로 포커스를 맞춰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이 말한 7명의 선발 후보는 봉중근, 김광삼, 박현준, 최성민, 박동욱, 서승화, 이범준이다. 이들은 시즌 막판 선발 투수로 등판해 평균 5이닝 이상은 꼬박꼬박 소화하며 선발 투수로서 기본 역할을 해냈다. 덕분에 박 감독도 "이들을 통해 그나마 현실적인 전력을 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여기에 올 시즌 기대보다 부진했던 심수창, 박명환 등이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고, 10승급 외국인 선발 투수가 들어오고, 덩달아 기대했던 선수들이 좋은 모습으로 돌아 온다면 박 감독은 "선발군 중에서 중간에서 활약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들을 중간으로 돌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해 어떻게 보면 지금 시스템에서 약간의 변칙. 올해와 흡사할 것으로 보인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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