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디바’ 임정희가 3년 만에 컴백, 미니앨범 ‘진짜일 리 없어’를 발표한다. 국내 가요계에서는 오랜만에 접하는 여성 소울음악이다.

가요팬들의 환영은 열렬한 편이다. 앞서 공개한 조권과의 듀엣곡 ‘헤어지러 가는 길’은 지난 추석 연휴 내내 음원차트 상위권을 휩쓸었고, 곧 공개될 ‘진짜일 리 없어’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최근 만나본 임정희는 7년간의 연습생활을 마치고 데뷔했을 때 만큼이나 떨린다고 컴백 소감을 밝혔다.
“데뷔 땐 무작정 떨렸었는데, 이젠 가수 활동이 어떤 것인지 아니까 기대되는 것도 있고, 걱정되는 것도 있고 그러네요. 부담도 되지만 설레는 느낌?”
긴 활동 공백은 미국 진출 준비 때문이었다. 2008년 초, 3집 활동을 마치고 바로 짐을 싸서 미국으로 날아갔던 임정희는 마침 현지에 불어닥친 경제 악화로 인해 바로 코앞에 닥친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후회는 안해요.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잖아요. 가서 음악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고, 제 안의 감성이 많이 자라난 느낌이에요. 외롭긴 했지만, 재미도 있었어요. 미국 진출은 ‘맞는’ 선택이었던 거 같아요. 도전은 아름다우니까요. 앞으로도 꼭 또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요.”
임정희가 훌쩍 자라난 지난 3년간 국내 음악계도 크게 급변했다. 아이돌 그룹들의 거센 열풍으로 발라드가 설 자리가 거의 없어져버린 것. 임정희도 음악을 바꿔봐야 하나 고민을 했다.
“대중은 제게 원래 이미지를 기대하실 것 같았어요. 디지털화가 많이 진행될 수록 아날로그에 대한 열망도 커지잖아요. 솔직히 댄스곡에 좀 흔들리긴 했는데요.(웃음) 중심을 잃으면 약해보일 것 같아서 제 색깔을 꿋꿋이 지키기로 했죠.”

대신 비주얼에는 신경을 ‘좀’ 썼다. 매일 집 근처 등산을 하면서 6~7kg을 감량하는데 성공했는데, 그 효과가 꽤 좋아서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은 “누구냐”고 물어볼 정도다.
가사를 이해하는 감성도 훨씬 더 좋아졌다. 예전에는 100% 자신의 것으로 표현하기 어려웠던 노래 가사들이 이제 좀 더 깊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처음 노래를 시작할 땐, 발라드라는 장르가 저한테 콤플렉스였어요. 방시혁 프로듀서님을 비롯해서 모두가 가사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이해력이 필요하다고 저한테 강조하셨죠. 전 솔직히 ‘무슨 소리야?’ 했었어요. 테크닉을 중시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감정 전달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어요. 노래를 통해 가창력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가사의 감정을 전달하는 게 더 중요한 거죠.”
그래서일까. 이번 신곡들은 이전 임정희의 곡들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가장 노래 잘하는 여가수로 꼽힐 정도로 화려한 테크닉을 자랑하던 그는, 신곡을 통해서는 한층 차분하고 여유로워졌다.
함께 호흡을 맞춘 조권과는 사제지간이다. 조권이 초등학생 때, 임정희는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의 보컬 선생님이었다. 당시 혼내면서 가르친 학생과 듀엣곡을 발표하다니, 격세지감이다. 오랜 연습생 시절을 거쳐서인지,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는 아이돌 그룹들을 보는 감회도 남다르다.
“제가 데뷔 준비할 때보다 요즘 친구들이 더 어리더라고요. 실력적인 부분도 좋지만, 그 과정을 참아냈다는 것 자체가 대견해요. 아이돌 가수 중에선 태양을 좋아해요. 춤도 잘 추고 노래도 맛있게 잘 부르더라고요.(웃음)”
임정희는 댄스곡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긴 하지만, 음악의 다양성이 확보됐으면 좋겠다고 거듭 말했다.
“저도 어린 친구들을 좋아하지만 댄스곡들만 사랑 받는 건 참 안타까워요. 음악 프로그램의 90%가 댄스곡이잖아요. 발라드 가수로서는 참 힘이 안났는데, 이번에 많은 분들이 기대 많이 해주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만큼 힘을 내서 잘하면, 또 발라드도 잘되지 않을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ri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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