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 전쟁이 될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야구는 언제나 변수가 있기 마련이다. 두산과 롯데의 2010 준플레이오프는 화끈한 타격전이 기대되는 가운데 몇 가지 변수가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홈런 이상의 파급 효과를 미칠 도루와 실책이 바로 그것이다.
▲ 두산, 김주찬의 발을 묶어라
두산은 SK와 함께 발야구 열풍을 일으킨 주역이다. 그러나 올해 눈에 띄게 주력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팀 도루 128개로 리그 전체 5위에 그쳤다. 비록 도루는 줄었지만 그만큼 상대의 도루를 잘 저지했다. 올해 두산이 허용한 도루는 119개로 SK(109개) 다음으로 적다. 그러나 유독 롯데의 발을 묶는 데에는 실패했다. 올해 19차례 맞대결에서 롯데에게 무려 20개의 도루를 허용했다. 더 정확하게 파고 들어가면 김주찬이라는 존재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도루 65개로 이 부문 2위를 차지한 김주찬은 두산전에서 11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도루실패는 단 2차례밖에 없었다. 도루성공률이 84.6%에 달한다. 김주찬의 빠른 발과 공격적인 플레이는 두산에게는 큰 위협이다. 두산 포수 양의지는 시즌 도루저지율이 2할4푼8리밖에 되지 않고, 롯데를 상대로도 2할5푼으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게다가 김주찬은 11개의 도루 중 8개를 양의지가 포수석에 있을 때 훔쳤다. 양의지의 김주찬 도루저지는 2차례로 도루저지율은 고작 2할이다. 아예 출루시키지 않는 게 상책이다.
반면 롯데는 두산의 발야구를 잘 억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차례 대결에서 도루를 13개밖에 허용하지 않은 대신 도루저지가 8차례나 된다. 도루저지율이 3할8푼1리나 되는 것이다. 이종욱과 민병헌이 4개씩 베이스를 훔쳤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위협적이지 않았다. 강민호의 시즌 도루저지율은 2할5푼2리밖에 되지 않지만 두산전 도루저지율은 4할1푼2리로 매우 좋았다. 오재원이 2차례나 강민호에게 잡혔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고영민이 키가 될 수 있다. 여러 선수가 나가 루상에서 괴롭히면 얘기는 달라진다.
▲ 롯데, 돌글러브를 조심하라
실책은 단기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일 수 있다. 호수비가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투수들로부터 믿음을 산다면, 어이없는 실책은 팀 분위기를 바닥으로 떨어뜨릴뿐만 아니라 투수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뒤에 있는 수비를 믿고 던지는 투수와 그렇지 않은 투수의 차이는 크다. 이 때문에 롯데를 바라보는 시선이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올해 롯데는 팀 실책이 102개로 8개 구단 중 가장 많았고, 그 중에서 60개의 실책이 득점으로 연결됐다. 7회 이후 3점차 이내 접전에서 나온 실책도 무려 32개나 된다.
롯데는 준플레이오프에서도 변함없이 3루수 이대호-유격수 황재균-1루수 김주찬으로 이어지는 포맷을 가동한다. 오른쪽 발목을 다친 이대호의 수비가 변수가 될 공산이 크다. 황재균이 커버해야 할 수비범위가 보다 넓어져야 한다. 외야만큼은 아니지만 1루 수비도 전문화를 요구하는 현대야구에서 김주찬의 포구는 다소 불안하다. 외야에는 손아섭이 있고, 홈플레이트에는 포수 중에서 실책이 가장 많은 강민호가 자리하고 있다. 요소요소에 수비가 불안한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도 집중력이 강조된다.
두산은 팀 실책이 91개로 리그에서 4번째로 적었다. 다만 변수는 김동주가 3루 수비를 들어간다는 점이다. 김동주 역시 전성기 때보다 수비가 많이 약화됐고, 올해 지명타자 출장이 잦았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베테랑 외야수 임재철을 기용하기 위해 이성열을 지명타자로 돌리며 김동주를 3루로 기용하는 쪽으로 가닥잡았다. 두산은 올해 롯데와의 맞대결에서 10개의 실책을 저질렀는데 5개나 7회 이후 3점차 이내 접전에서 나온 것으로 유독 결정적인 실책이 많았다. 롯데에게나 두산에게나 돌글러브는 기피 대상 1호다. 이미 과거가 그것을 증명한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롯데가 8개의 실책을 남발하는 동안 두산의 실책은 '0'개였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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