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김경문의 '미안함'과 임재철 기용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0.09.29 10: 04

"감독이라서 냉정하게 팀을 이끌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나도 사람인지라 열심히하고 기회를 못 얻는 선수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파괴력 강화'라는 팀 목표 아래 한 시즌 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지난 시즌 주전 우익수가 비로소 가을 야구를 통한 진가 발휘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최고급 외야 송구를 자랑하는 '타신' 임재철(34. 두산 베어스)의 가늠쇠가 데뷔팀 롯데를 겨냥하고 있다.

 
지난 27일 잠실구장에서 팀의 합동훈련을 바라보던 김경문 감독은 "7년차 시즌임에도 야구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다"라며 "감독은 냉철한 시각으로 목표에 다가서야 하는 만큼 애로사항도 있다. 똑같이 열심히 하는 선수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라는 말로 안타까움을 에둘러 표현했다.
 
김 감독의 이야기 맥은 임재철을 향해있다. 지난 시즌 2년 간의 병역 공백을 뒤로 하고 2할8푼1리 6홈런 50타점 11도루의 호성적을 올리며 주전 우익수로 활약했던 임재철은 올 시즌 김현수와 함께 팀 내 공동 최다홈런(24개) 기록을 달성한 '이블 성열' 이성열에게 주전 자리를 내줘야 했다. 임재철의 올 시즌 성적은 96경기 2할9푼2리 3홈런 18타점 7도루.
 
시즌 전 김 감독은 "타선 파괴력 강화를 통해 대권에 도전하고 싶다. 힘을 갖춘 유재웅과 이성열을 중용하고자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유재웅이 시즌 초 이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었고 기대했던 장성호(한화) 영입에도 실패했으나 이성열은 올 시즌 2할6푼3리 24홈런 86타점을 기록하며 두산 타선에 없어서는 안 될 타자로까지 성장했다.
 
이성열이 거포로서 잠재력을 현실화하며 빛이 되었다면 타 팀에서 주전 외야수로 손색없는 임재철과 민병헌 등은 어둠 속에서 얼마 안되는 기회를 바라보아야 했다. 특히 데뷔 11년 만에 억대 연봉(1억1000만원) 진입에 성공하며 기쁨을 누렸던 임재철은 교체요원으로 찰나의 기회를 기다리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감독으로서 목표에 충실하기 위해 냉철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그로 인해 열심히 하는 선수가 상대적으로 기회를 잃는 경우도 있어 그 점에 대해서는 인간적으로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열심히 하는 데다 수비력이 좋은 만큼 분명 후반기와 단기전에서 기회를 주겠다". 지난 6월 25일 임재철을 2군으로 내려보내면서 김 감독이 밝힌 한 마디였다.
 
출장 기회가 줄어듦에 따라 말 못할 마음고생이 심했던 임재철은 벼르고 있던 기회를 확실하게 살리겠다는 각오를 분명히 했다. "데뷔 팀이기도 하지만 꺾어야 하는 상대가 아닌가. 마지막 포스트시즌을 치른다는 각오로 몸을 던지겠다".
 
올 시즌 임재철의 롯데전 성적은 4할4푼(25타수 11안타) 3타점으로 뛰어났다. 여기에 꼭 1년 전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도중 도루를 시도하다가 손가락 부상을 입으며 전열 이탈로 플레이오프 패퇴를 그라운드 밖에서 지켜봐야 했던 만큼 지난해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임재철의 각오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순간의 수비력이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단기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안정된 수비력을 자랑하는 임재철에게 우익수로의 기회를 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풍부한 경험과 강견을 갖춘 데다 작전수행능력까지 갖추고 있는 임재철을 중용하겠다는 감독의 심중을 알 수 있었다.
 
심한 마음고생 속에서도 "언젠가 찾아올 기회가 있지 않겠는가. 그 때를 기다릴 뿐"이라며 훈련에 열중하던 임재철. 주전 부상으로 인한 대체 출장이 아닌 당당한 주전 우익수로 가을 잔치를 맞게 될 그가 제 위력을 제대로 떨칠 것인가.
 
farinelli@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